[달과 6펜스] 서머싯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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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쌈장에빠진돼지 2023. 3. 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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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6펜스 표지

1919년 출판된 서머싯 몸의 소설. 작 중의 서술자인 '나'가 '찰스 스트릭랜드'와 만나면서 겪었던 일들을 회고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 중개인 일을 하며 부인과 두 자녀를 둔 40대 남자다. 그는 갑자기 그 누구와도 상이없이 무조건적으로 화가를 꿈꾸며 미련없이 가족을 버리고 파리의 낡은 호텔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그가 파리에 사는 동안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상업적으로 성공한 화가 더크 스트로브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도 않고 심지어 그림의 모델이 되어준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가 자신을 사랑해 남편까지 버렸는데도 냉대해 결국 그녀가 자살하게 만드는 비정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은 상식적으로 보자면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왜 가족을 버렸냐? 는 질문에 그는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멀쩡하던 사람이, 그리고 예술에 대한 관심도 별로 나타내지 않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팽개쳐버린 이유가 되기엔 애매하다, 심지어 주인공 자신도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호함은 내적충동의 불가사의그 욕망의 강력함을 부각하려는 의미로 보여진다. 주인공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어 가고 있으며, 자신이 감지한 것을 형태와 색채로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무슨 마력에 홀린 사람처럼 그려진다.

 

주인공은 결국 타히티의 오지에서 저주의 병인 문둥병에 걸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비참하게 죽는다. 이러한 결말은 예술이라는 악귀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자신의 영혼마저 괴롭힌 그의 비정상적인 삶에 대한 하늘의 삼판인지, 문명의 가치를 거부한 오만한 정신에 대한 벌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에게 있어 문둥병은 추하지도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은 육신의 쇠퇴에 지나지 않으며 특별히 더 고통스럽지도 않은 삶의 한 사실에 불과하다. 오히려 자기를 동정하고 우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동정한다.

 

주인공은 죽음의 공포보다는 자기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예술적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의 촉박함 때문에 걱정한다. 그리하여 그는 눈까지 멀게 되지만 그이 영혼의 눈은 오히려 밝아지는 것이다. 문둥병으로 육체를 상실하는 대신 오히려 낙원을 보는 정신의 눈을 얻는 거 같다. 그가 죽기 전에 오두막에서 그린 그림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어떤 거룩한 것을 그가 보았고 그것을 인간의 예술적 매개채로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음을 암시해 준다.

 

달과 6펜스는 가까운 현실의 문제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인간의 영원한 욕망인 탈출과 해방의 세계를 추구하는 천재의 신비한 개성과 치열한 삶으로 표현해서, 현실을 거부하고 내부의 충동대로 살고 싶은 또다른 인간의 단면을 대리 만족시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모저모

'달'은 미술가가 갖는 이상을 나타내고 6펜스는 그와 반대되는 사회 물질적인 재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스트릭랜드의 모티브는 40살 때 직장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폴 고갱이지만, 본래 삶의 모습은 폴 고갱이 훨씬 더 저질이었다고 한다. 스트릭랜드의 진면모를 알린다는 취지로 내용으로 전개되는 소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폴 고갱을 신화적 존재로 만들어서 그의 진면목을 못 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서머싯 몸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타히티를 직접 답사했고, 거기서 폴 고갱이 살았던 집에 가 보고, 그가 데리고 살았던 여자와 얘기도 나누고, 그가 그린 그림을 사기도 했었다. 폴 고갱과 스트릭랜드와의 공통점은 둘 다 화가가 되기 전 금융업에 몸을 담았고, 타히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있었으며, 말년에 비참하게 죽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폴 고갱은 스트릭랜드처럼 가출을 하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그가 증권 시장의 붕괴로 직업을 잃어 생활이 궁핍해지자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고, 스트릭랜드와는 다르게 한센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죽었다.

세계문학전집에 이 소설이 들어가 있으며, 서구 언론에서 선정하는 영문학 최고 걸작 50에 자주 들어가는 명작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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