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뚜르] 글 한윤섭, 그림 김진화 /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책리뷰

[봉주르, 뚜르] 글 한윤섭, 그림 김진화 /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쌈장에빠진돼지 2021. 12. 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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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이 책은 아이들에게 남한과 북한의 분단 상황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동화다. 사실 나 조차도 분단 상황에 대해 크게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어쩌다 TV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장면이 나오면 가슴 시리다 말 정도이지 실제 경험한 당사자 이거나 주변 가족들에게도 경험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게 분단상황은 어떻게 다가오는 걸까? 혹은 통일이 꼭 필요한 것 인가? 통일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나의 자녀에게는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해 줘야 하는 것인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옆 동네에 있지만 실제로는 지구 상에서 가장 먼 나라 '북한' 실제 나의 옆에 북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작가는 봉주라는 열두 살 소년의 눈을 통해, 남북 분단 체제는 그저 과거의 아픈 이야기만이 아닌 언제 어디서든 맞닥드릴 수 있는 현실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통일론이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을 장악하며 분단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다.


열두살 봉주는 아버지 직장을 따라 프랑스 '뚜르'에서 살게 된다.
봉주는 새로 이사한 집 2층 봉주의 방이 너무나 맘에 든다. 12살 프랑스에서 처음 본 달빛이 영화관의 영사 개에서 나오는 빛처럼 길게 방으로 들어온다. 얼굴을 비추던 달빛이 어느새 침대 오른쪽과 닿아 있는 책상 옆까지 들어와 낡은 책상 옆면을 비추는데 희미하지만 낯익은 글자의 낙서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살아야 한다."라는 글자를 찾게 된다. 한국인은 전혀 살았던 적이 없다던 그 집에, 게다가 '조국'이라는 단어라니. 무언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 봉주는 두군거리는 마음을 안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봉주의 추리는 집주인 듀량 할아버지에게 전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를 통해 전에 살던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현재도 프랑스 뚜르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학교에 간 봉주는 일본인 친구를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 이상하게 끌리는데, 그러던 중 뚜르의 역사 소개 시간에 봉주는 한국에 대해 소개를 하게 된다.
봉주는 한국을 소개하면서 남한과 북한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소리 "네가 어떻게 알아?" 소리를 낸 사람은 토시었다. 일본인 토시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한 봉주는 토시라는 친구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봉주는 아래층으로 가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 순간 창문에 "팍" 하고 돌멩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봉주는 더는 아무런 소리가 없자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침대에 내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돌멩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창문 아래로 내려다 보니 호제샬롱그로 거리에 한 아이가 나를 보고 서 있었다. 토시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토시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1층으로 내려와 밖에 나가보니 토시는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봉주가 가까이 다가가자 토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을 건너 프레 방도 공원 쪽으로 갔다. 나도 토시를 한참 따라갔다.

토시는 아무말 없이 공원 내에 호수로 가 물고기 밥을 주니 어디선가 물고기 수십 마리가 더 몰려들었다. 두 아이는 한동한 말없이 물고기 밥을 주었다. 잠시 뒤 토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학교에서 미안했어. 기분 나빴을 거야." 먼저 한 토시의 사과에 봉주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이해하듯이 대답한다.

이내 두 아이는 매일 공원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 지는데.....

봉주는 토시라는 친구가 일본에서 온 친구라 원래 낫을 많이 가리고, 어두운 친구인줄로 만 알았지 토시에겐 아픈 과거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누군가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존재자체를 몰라야 하기 때문에 친구도 사귈 수 없었고, 자신의 조국에 대해 떳떳하게 말도 못하고, 자신의 언어도 쓸 수 없는 토시의 슬픔에 봉주는 공원에서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조심스레 친해진 토시와의 우정도 잠시, 다시 헤어져야 하는 슬픔에 봉주는 너무 자책하게 된다. 봉주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면서…
본인이 토시에 대해 알아냈기 때문에 토시가 더 이상 뚜르라는 도시에 살 수 없고, 다시 다른 곳으로 꼭꼭 숨어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너무 슬퍼했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다. 작가가 이글을 쓰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작가가 뚜르라는 도시에 20여년간 머물면서 당시 세 들어 살던 집에서 어떤 불어 낙서를 발견하면서 프랑스에서도 낙서를 하는구나. 아! 불어가 아닌 한국어 낙서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이야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 후 1년이 지나 파리 차이나타운에서 친구에게 '너 만약에 북한사람이 몇 유로 빌려달라면 빌려줄 거냐?"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당시 김정은도 스위스에 살고 있었고 남한의 이민자보다 북한의 망명 신청인 숫자가 더 많았던 시절에 "북한 사람"이라는 말이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이 동화에서 글을쓰게된 씨앗의 근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남한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젠 어느 한 소재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 어렸을때 밥먹듯이 불렀던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리고 통일이 무조건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주입식 교육의 세대와는 달리 지금 우리 아이들은 통일에 대한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못 사는 북한을 왜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해?라고 의문을 갖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머나먼 나라 '북한' 봉주는 역사시간에 소개했듯이 막연하고 평면적으로 상상하던 북한 사람에 대해, 또래의 토시를 통해 새로이 알게 된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한민족이며 사실 누구보다 가장 가까워질 수 있을 친구라는 것을 ~하지만, 봉주는 신변보호 문제로 정체를 감춰버린 토시와의 만남을 기약하지 못한다. 우리아이들은 봉주라는 아이에게 어떤 공감을 했을까? 그런 관점에서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분단 상황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동화다.

사실 이 동화책은 우리 쌈장에 빠진 돼지가 중학교 1학기 독후감 대회에서 중학교1학교 책으로 소개되었다. 아이를 읽게 하려고 산 책인데, 오랜만에 훈훈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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