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한국청소년 문학 이금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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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한국청소년 문학 이금이 작가

쌈장에빠진돼지 2022. 4. 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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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과 유진 표지

 

 

 

중학교 2학년이 된 이유진은 단짝 윤소라와 같은 반이 된다. 
그런데 새 학년 첫날, 유진은 유치원 동창이었던 같은 이름을 가진 이유진을 만난다. 
이름이 같은 둘을 구분하기 위해 유진이는 유치원 때처럼 큰 유진, 작은 유진이라고 부르자고 선생님께 제안한다.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아는 척을 하지만,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자 큰 유진의 단짝인 소라는 유치원 때 알던 그 친구랑 현재의 작은 유진이 각기 다른 곳으로 입양된 쌍둥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작은 유진의 집은 부유했다. 사업하는 아빠와 두 동생, 그리고 옆 동에 사는 할머니를 신경 쓰느라 엄마는 작은 유진을 챙길 겨를이 없다. 작은 유진에겐 엄마는 늘 차가웠고 아빠는 늘 바빠서 곁에 다가갈 수가 없다. 그래서 유진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만 했다.

큰 유진의 집은 평범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빠와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 그리고 남동생 형진이.... 큰 유진은 공부엔 관심이 없고, 연예인 동혁 오빠의 열성 팬이다. 큰 유진은 팬 카페에서 유치원 동창인 첫사랑 견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견우 역시 작은 유진과 같이 유치원 동창이었고, 그의 엄마는 청소년 상당소 소장이다.



두 유진은 유치원 시절 유치원 원장으로 부터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다.

두 유진 뿐만 아니라 그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여자아이들이 피해자였다.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았던 유진은 평소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해주시던 원장 선생님이 둘만의 특별한 놀이를 하자는 말에 속았다.
그 놀이는 전혀 특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고,매우 끔찍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작은 유진은 인형의 목을 자르고, 다리를 찢는 끔찍한 행동을 한다. 그 모습을 본 유진 엄마는 유진의 생일잔치를 빙자해, 유치원의 모든 여자 아이들을 초대해 한 명씩 돌아가며 사태 파악한다.

결국 원장은 체포되었고, 여자아이들은 경찰서에서 원장에게 당한 일을 말해야만 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 이슈가 되어 신문에도 보도되었고, 피해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기자들에게 2차 피해를 당해야 했다.

큰 유진은 그때가 부모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때로 기억한다. 큰 유진의 엄마와 아빠는 유진을 꼭 안고 울면서 "네 잘못이 아니야, 사랑해"라며 끝없이 위로해 주었다.
그리하여 큰 유진은 부모의 극진한 사랑 덕에 무사히 아픔을 잊고 상처를 치유했다. 

반면, 작은 유진의 기억은 철저히 봉인되어 있다. 어렸을때 수사 도중 돌연 작은 유진네는 이사를 갔다. 

피해자들이 서로 모여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 가장 먼저 사건에서 손을 떼 버렸다. 유치원 부모들은 배신감에 난감해했지만 청소년상담사인 건우 엄마의 도움으로 원장은 결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작은 유진의 기억에는 전혀 없는 '그 사건'이란 큰 유진의 말에 작은 유진은 알수 없는 폭력적인 환영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중간고사에서 작은 유진은 전교 1등을 하게되었다. 작은 유진이 다니는 학원에 유진의 전교 1등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자, 같은 학원에 다니던 건우는 큰 유진이 전교 1등을 한 줄 알고, 큰 유진에게 사귀자고 한다. 건우를 좋아하는 큰 유진은 같은 이름인 다른 친구임을 밝히지 못한 채, 건우가 사귀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전교 1등을 한 작은 유진은 할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할머니에게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씁쓸해한다. 
반면, 큰 유진은 건우와의 연애를 위해 핸드폰을 사달라는 시위를 엄마에게 하고, 엄마는 성적을 올리면 사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작은 유진이 전교1등이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작은 유진이 다니는 학원에 등록해 같이 다니게 된다. 학원에서 만난 두 유진은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큰 유진이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자, 작은 유진은 비로소 그 환영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다. 


큰 유진이 부모들의 전폭적인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한데 반해, 작은 유진의 엄마는 살갖이 벗겨지도록 작은 유진의 몸을 씻겼고, 아이가 울자 뺨을 때리며 그 기억을 잊으라고 윽박지른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궁핍했던 작은 유진 부모는, 자신들이 가난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에 돈 많은 부모님의  그늘로 들어간다.

대신 사회적 위치와 품위를 중시했던 시부모의 요구에 따라 상처받은 아이의 기억을 강제로 지웠다.

작은 유진은 모든 사실을 알고 복수심에 일탈행위를 하게 된다. 여름방학 내내 입시학원 대신 댄스학원에 등록해 춤을 배우며 스트레스를 풀고, 때때로 술도 마시며 담배도 피웠다. 어느 날, 큰 유진과 소라는 쇼핑몰 앞에서 춤을 추는 작은 유진을 보게 된다.  작은 유진의 엄마 지인의 연락으로 작은 유진의 짧은 일탈은 모두 들통나게 된다. 이로 인해 작은 유진은 아빠에게 뺨을 맞고, 집에 감금되어 미국 유학을 강요받는다. 

상황은 큰 유진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관 데이트를 하던 남자 친구 건우가 큰 유진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큰 유진은 당황해하고, 그 이유에선간 건우에게서 연락이 없다. 그러던 중 건우에게 돌연 이별을 통보받았다. 유치원 그 사건 때 누구보다도 큰 도움을 주었던, 아동전문가인 건우 엄마가 '그런 경험'이 있는 아이는 문제가 있다며 건우에게 이별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건우의 말에 큰 유진은 충격을 받는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상처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한편, 엄마의 감시 하에 집에 강금당한 작은 유진은 큰 유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이에 큰 유진은 소라와 함께 작은 유진을 집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 셋은 택시를 타고 집에서 멀리 도망쳐, 정동진행 밤기차에 몸을 싣는다. 기차 안에서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건우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고백한다. 작은 유진은 자신의 일처럼 큰 유진의 상처를 아파하고, 큰 유진은 깊은 위로를 받는다. 새벽 바다에 도착한 셋은 컵라면을 사 먹는다.

그러나 큰 유진이 돈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셋은 절망한다. 정동진까지 온 아이들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에게 절망하며, 결국 소라가 용기 내 언니인 보라에게 정동진으로 데리러 오라는 문자를 보낸다.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작은 유진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하고, 작은 유진은 백사장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잠시동안 셋은 세상의 걱정 근심을 모두 떨치고, 춤을 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잠시 후, 춤을 추던 아이들 앞에 어른들이 달려온다. 소라 엄마는 소라와 추격전을 벌였고, 큰 유진의 부모님은 유진을 안고 펑펑 울었다. 그러나 작은 유진과 엄마는 한마디 말도 없이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결국 작은 유진은 엄마의 차 안에서 오랫동안 쌓아왔던 서러움을 토해냈고, 호텔에서 술을 잔뜩 마신 엄마는 그때의 일을 울면서 사과한다. 

 

작은 유진은 상처를 감추지 않고, 바람과 햇볕을 쬐어주었다면, 나무의 옹이처럼 자신의 상처도 단단히 아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본 작은 유진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이 오르는 '이카루스'처럼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결심한다. 



누구에게나 원치 않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유진과 유진을 보고 더욱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지금의 상황에 화를 내거나 감정적 처리만을 원하는 사람, 현실적인 대처를 하려는 힘들어 회피하려는 사람,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기만 하는 사람, 슬퍼하기만 하는 사람,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사람, 수순을 알아보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사람 등 여러 반응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당사자와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해결하길 원하는가를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당장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지금 힘들더라도 회피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상처를 덜 받는 일인 것 같다. 

 

이금이작가의 소설 유진과 유진은 몇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한국 청소년 문학의 아이콘이자 중학교 자녀를 둔 부모와 자녀가 필독해야 하는 도서 중에 하나이다. 세상의 많은 '유진'과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이금이 작가의 섬세한 공감과 따뜻한 위로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한민국 어린이, 청소년, 어른 독자와 울고 웃는 오늘날의 고전 도서이다. 

 

기억

"나무의 옹이가 뭐겄어? 몸뚱이에 난 생체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고 사는 한이 있어도 다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상처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걸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들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들지는 자기한테 달린 것 같아."

 

선택

"상처에 바람도 쐬어 주고 햇볕도 쬐어 주었으면 외할머니가 말한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 텐데."

 

"이카로스가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시 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처를 모라 지은 날개임을 알고 있는 나는 그가 날아오르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했다. 다시 또 떨어질지라도 그는 높이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다시기억

"또 다른 유진과 유진아, 네가 겪은 그 일은 네 잘못이 아니야. 네게 무슨 일이 있었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야. 어떤 상황에서도 그 사실을 잊지 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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