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O’PENing 2023 [여름감기(Summer Cold)] _ 어느 날,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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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O’PENing 2023 [여름감기(Summer Cold)] _ 어느 날,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쌈장에빠진돼지 2023. 9. 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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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기간 : 2023년 7월 30일 / 단편
방영시간 : 일 / 오후 10:40 ~
연출 : 정종범
극본 : 서현주
제작 : 스튜디오드래곤, CJ ENM
출연 : 엄지원, 박지환, 길해연, 황보라, 조동인, 소아린 外
스트리밍 : 티빙

 

@ tvN 제공

 

"어쩌다 당신의 시간에 끼어들어, 참 행복했습니다."
내일 죽어도 상관 없을 만큼 절망 속에 살던 여자가
한 남자를 지키기 위해 난생처음 목숨 걸고 직진하는
여름한정 순정 느와르.

 

@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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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감기
 
내일 죽어도 상관 없을 만큼 절망 속에 살던 여자가 한 남자를 지키기 위해 난생처음 목숨 걸고 직진하는 여름 한정 순정 느와르

여기, 내일 죽어도 상관없다는 여자가 있다.
이제껏 행복한 적이 없었으니 불행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자꾸만 가을바람처럼 불어오는 남자가 생긴다.
그는 늙고, 추레하고, 가난하고, 못생겼고, 다 큰 딸도 있다.
그래도 그가 시름시름 좋아진다. 그는 오래 입은 옷 같다.
그렇게, 때를 가리지 못하고 덮쳐 온 오한과 발열은
서른아홉 여자에게 들이닥친 첫사랑이었다.

어느 소설 구절처럼 여자는 생각한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나온 모든 불행을 되밟아야 한대도
속살까지 타들어 갈 만큼 뼈아픈 시간을 되걸어야 한대도
기꺼이 그리하겠다고.

앱을 통한 일회용 만남이 급속도로 번지고
사랑조차 귀찮고 버겁다는 N포 세대가 나타나고
설상가상 누군갈 만나려면 거리두기 단계부터 허락해 줘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첫사랑’은 어느새 몹시 클래식하고 나른한 단어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 사랑이 당신을 버젓이 살게 할 거라는,
그 뜨겁고 간절한 감정을 쓰고 싶었다.

 

@ tvN 제공
 
 
차인주
39세 / 엄지원

차갑고 무심하고 건조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찍 잃었고, 버림받은 거나 다름없었고, 길고 휑한 복도에 혼자 서서 벌을 받는 아이처럼, 벌을 준 걸 잊어버린 선생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는 것조차 벌이 돼버린 아이처럼, 외롭게 살았다. 그렇게, 불행한 유년을 보냈고 더 불행한 시간을 겹겹이 겪으면서 행복은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 남자를 알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달라진다. 난생처음 바람이 생긴다. 제대로 살고 싶다고. 제대로,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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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도
44세 / 박지환

밝고 단단하고 따뜻하다. 스물셋에 아빠가 된, 죽은 아내 몫까지 딸만 위해 살아온 딸바보. 아내 병원비로 일찌감치 빚더미에 올랐고 그 여파로 꽤 오랫동안 힘들게 살았다. 남들은 어떡하느냐 애달파 했지만, 진도는 불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딸이 있으니까. 목숨 걸고 지켜낸 딸이 버틸 힘을 주고 지붕이 되어주니까. 그저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한 여자가 들어온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그녀지만, 이상하다. 그녀가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가까이 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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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자
59세 / 길해연

싸늘한 눈빛으로 괴랄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여자. 대대로 범법과 사채로 부를 축적한 집안에서 자란 탓에 기본적인 도덕성이 없으며, 포악한 집착과 폭력성을 지녔다. ‘죄의식 없는 나쁨’을 DNA처럼 물려받았다. 왜 나쁜지 모른다. 뻔뻔한 게 아니라, 정말 모른다. “갚으라는 게 왜 나뻐? 안 갚는 게 나쁘지!” 그런 그녀에게 인주는 ‘절대 뺏기고 싶지 않은 나의 소중한 개’다. 죽은 딸과 몹시 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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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영
38세 / 황보라

인주의 유일한 친구. 말도 많고 정도 많은 여자. 성자 밑에서 월급사장(일명 구좌마담)으로 일한다. 아버지 수술비로 성자의 사채를 썼다가 죽을 뻔했지만, 인주 덕에 구사일생했다. 그 후, 인주가 밀어내든 말든 악착같이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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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글이
34세 / 조동인

자기연민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가여운 인간. 서창수라는 본명이 아닌 ‘짜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짜글이집을 운영하던 부모가 장성자의 사채를 썼고, 그들이 동반 자살한 후 혼자 남겨진 짜글이를 성자가 주워 왔기 때문이다. 인주가 성자에게 더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사사건건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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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연
21세 / 진도의 딸 / 소아린

진도의 딸. 휴학 후 아르바이트 중. 철이 일찍 들어 배려심 깊고 따뜻하다. 어머니 수술비로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믿었고, 결국 무리를 해서 빌려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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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의 편지(전문)

 

@ tvN 제공

 

차마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밤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난생처음 갓 지은 밥을 먹고, 제시간에 누워 단잠을 잡니다. 제시간에 맞춰 햇볕을 쬐고, 바람을 듣고, 당신을 잊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그때, 아버지는... 슬펐던 것 같습니다. 공장 기계에 달아난 오른팔도 모자라, 젊음과 기회도 한꺼번에 잘려 나갔으니까요. 그 슬픔은 무고한 엄마와 제게 날아들었습니다. 그 밤, 기차를 끊고 어린 딸에게만 국수를 사 먹였던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국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던 엄마는 죽도록 일만 하다가 1년 후, 기름때로 미끄덩대는 계부의 가게 주방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계부는 이제 막 어미를 잃은 저를 끌고 가 마구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그런 그를 밀어내다 엄마의 영정을 깨뜨렸고, 깨진 유리를 움켜쥐고 그의 목을 힘껏 그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열두 살의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그렇게 날 살렸습니다.

보호 시설의 어른들은 저를 싫어했습니다. 계부의 환영에 시달리며 밤마다 비명을 지르는, 불면으로 퀭한 눈빛, 불안한 손끝, 어떤 말도 귀담아듣지 않는 시커멓고 깡마른 여자애는 도무지 예뻐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시설을 나와 무작정 걸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고, 가진 돈이 없고, 갈 곳이 없는 저로서는 걷고 또 걸을 수밖에요.

그러다... 장성자를 만났습니다. 배가 고파서 따라갔습니다. 팔뚝이라도 베어먹고 싶을 만큼 배가 고팠거든요. 그곳에서 온갖 일을 저질렀습니다.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죽고 싶게 만들었고, 차라리 죽고 싶은 사람들은 죽지도 못하게 살려두었습니다. 그저 시키는 일을 할 뿐이라고, 그러다 해코지를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억지로 마신 술이 역류했던 날, 당신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신은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고, 토사물 위로 스치는 소매도 잡아주었습니다. 쓰린 속을 붙잡고 출근하던 날도 당신은 나타났습니다. 쏟아진 사과 때문에 울상이 된 과일장수에게 멍든 사과를 사더니, 굳이 안겨주었습니다.

당신은... 자꾸만 잘 나타났습니다. 싸움도 못 하면서 괜히 휘말려 주었고, 음정 박자 무시하며 너무 무정하게 <무정 부르스>를 불러주었고, 새벽 빗속을 함께 걸어주었으며, 채무자에게 칼부림을 당해 쓰러져 있을 때도 가장 먼저 발견해 주었습니다. 병원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본 사람도 당신이었습니다. 내가 죽을까 봐 하얗게 질려 있던 당신의 얼굴이 낯설지만, 고마웠습니다. 고마운 마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당신이 준 식혜를 깨끗하게 비울 뿐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떠났던 바다와, 그곳에서 당신이 털어놓은 노른자 이야기와, 한 번도 예뻐 보인 적 없던 일출을 바라보며 무방비하게 들떴던 마음을 모조리 기억합니다. 꿈결 같던 그곳에서 돌아와 꿈에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만나고, 난생처음 안 해본 짓을 저지르고, 죽음의 문턱까지 오르는 동안... 두려움 없이 내내 즐거웠습니다. 어쩌다 당신의 시간에 끼어들어, 참 행복했습니다.


마지막 부탁이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도, 날 찾아오지도 말았으면,
날... 미련없이 지워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지독하게 앓다가 미련 없이 보내는...
여름감기처럼.

나는 당신이 좋아서 잊지 않으려 매일 애쓸 겁니다.
나는 당신이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차인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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