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K-드라마

JTBC [품위 있는 그녀] _ 가진 자들의 품격 있는 스캔들

쌈장에빠진돼지 2023. 3. 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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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일자 : 2017.06.16. ~ 2017.08.19. 20부작

방영시간 : 금, 토 밤 11시

연출 : 김윤철

극본 : 백미경

제작 : SLL, JS픽쳐스

출연 : 김희선, 김선아, 정상훈, 이태임, 이기우 

 

@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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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욕망의 군상들이 민낯을 드러내고 아우성치는 세상이 있다. 이것은 그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 그리고 그녀들의 선택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주 배경과 인물은 강남의 센터에 위치한 부유층 상류사회와 그 상류사회에 입성하기 위한 하류들이다.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던 재벌들이 아닌 서민들과의 접촉이 비교적 용이한 그런 준재벌 부유층들이다. 그들의 적나라한 싸움과 암투 그리고 상류층 부자들의 거만하고 가식적인 삶은 그 허상을 드러내며 균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류층 엿보기와 불륜만큼 드라마에서 많이 우려먹은 소재도 없다. 하지만 이 흔한 테마의 독특한 변주는 이 드라마가 기존의 드라마와 어떻게 차별화되고 얼마나 특별한지를 보여줄 것이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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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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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진 김희선전직 스튜어디스, 現 (주)대성펄프 둘째며느리

탁월한 미모와 몸매, 옷을 입어도 벗어도 거부할 수 없는 미모 종결자. 전직 스튜어디스. 아시아나 항공 가판 모델로 활동할 만큼 뛰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남편 안재석과 결혼해 전업 주부로 살았다. (주) 대성펄프의 창업주 안태동이 재석의 친부이자 아진의 시아버지다. 준재벌 가문에 시집가 초호화판 결혼생활을 즐기며 온몸에 럭셔리가 덕지덕지 붙었다. 여자 팔자는 어릴 때부터 어찌키우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불우하고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나 자신의 태생을 숨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품위와 고상함을 유지하지만 드문드문 삐져나오는 선천적 억척 유전자와 마주할 때 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수정 보완한다.


아침 7시 기상 후 헬스 요가 필라테스, 딸 지후 뒷바라지 그녀의 하루일과는 버라이어티하다. 가끔 후배들이 만든 승무원 학원에 승무원 예절 교육과 의전 매너 초빙 강사로 나가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개인 업무를 봐주는 비서까지 둔 화려한 삶을 스스로 구가하며 모든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그리고 그 시선을 즐긴다.


그러나 그녀가 손수 뽑은 시아버지의 간병인으로 인해 인생이 파란만장 꼬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품위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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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자 김선아안태동의 간병인. 드라마의 화자.

충청도 사투리와 똑떨어지는 표준어 구사가 자유자재로 완벽하고 상류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로 다방면으로 아는 것이 많다. 한 가지 성격으로 딱 정의 할 수 없는 입체적 캐릭터. 


처절하게 가난한 그녀의 목표는 오로지 돈이다. 가진 건 빨간 두 손바닥뿐인 그녀는 헬스장 청소를 하다 알게 된 아진의 시부이자 (주)대성펄프의 회장인 안태동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그의 간병인이 되고 F컵 가슴을 무기로 집안을 장악해간다.


그녀의 계속되는 악행은 미워하기보다 연민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생의 사치를 즐기며 화장실에서 목 놓아 우는 모습에서 우리는 복자에게서 우리 자신을 보기도 한다. 인간의 탐욕과 파멸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렇게 화려한 인생을 영원히 즐길 것만 같던 어느 날 ... 의문의 살해를 당한다. 그녀의 최후는 권선징악이기보다 하류에서 상류로의 역류로 죽음을 당한 연어의 죽음처럼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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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 정상훈우아진의 남편. (주)대성펄프 전무이사

멀쩡한 허우대에 착해 보이는 인상에 정갈한 패션에 어디 내놓으면 A플러스 남편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냥 물색없는 한량이다.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는데 나쁜놈이 아니다 그러니 더 환장한다. 딸의 미술교사인 윤성희와 사랑에 빠져 집 사주고 로맨스 바치고 호구짓은 다하면서 아진의 심장에 대못을 박는다.

 

성희와 아진 사이에서 각종 개소리로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읍소하는데 왜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지 당췌 이해하지 못해 외롭다고 호소한다.


멘탈이 메롱인데 겉으로 보면 티가 안 나고 너무나 자기중심적이고 딱히 돈에도 관심 없는 구름 위를 걸으며 사는 인간. 한마디로 지 편의대로 지 멋대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한심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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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이태임안재석의 ‘첩’(이 드라마에선 과감히 그리 부르겠다). 화가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아진이 신인작가 전시회를 개최한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 화가인 자신의 첫 고객인 아진과 그렇게 인연이 된 성희는 아진에게 매력을 느끼고 둘은 언니 동생으로 금방 친하게 된다. 아진의 아름다움과 품위 그리고 그녀의 삶을 동경하던 성희는 아진의 딸 지후에게 미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하고 그 인연으로 재석과 얽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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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호 이기우우아진의 마음공부 ‘짝’님 , 변호사

25살에 캠퍼스 후배였던 아내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신혼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는 즉사하고 자신은 반식물인간으로 죽어있다 기적처럼 살아나 각고의 노력으로 재활에 성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그렇게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되었다. 성골 진골 출신이 아니다보니 수임 들어오는 사건들이 변변찮고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마음공부’ 모임에서 만난 눈이 번쩍 뜨일 미모의 아진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금세 가까워진다.

 

그 외의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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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6일부터 8월 19일까지 방영된 JTBC 금토 드라마. 전작 맨투맨에 이어서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촬영이 진행되었다.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내 이름은 김상순, 케세라세라 등을 연출한 김윤철 PD와 사랑하는 은동아,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가 의기투합했으며, 각자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김희선과 김선아가 주인공으로 분했다. 작가의 전작인 도봉순에 비해 작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좀 더 가리면서 시청률 뿐만 아니라 작품성에서도 꽤 발전을 이룩했다는 평가다. 

 

대놓고 기획 의도에서 막장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작품의 질은 상당한 수준이다. 소재만 자극적일 뿐이고 드라마 자체는 밑도 끝도 없이 막장 전개로 이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세련된 대사와 연출로 일반적인 막장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또한,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라서 오히려 현실이 더욱 심한 막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작가도 역시 "상류층 얘기를 시니컬하게 까는 위험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가 있다.

 

 

법인과 결말

20회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극에서 가장 비중이 없던 안운규가 처한 상황과 심리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등장한다. 안운규는 그간 가족들과 복자가 마찰을 빚는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왔으며, 박복자에게 여러 차례 직접적인 모욕을 당했음은 물론 부모인 안재구와 박주미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내면에 복자에 대한 증오를 홀로 쌓아왔다.

이 과정에서 그를 직접 대면해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나마 안운규의 근황을 꼬박꼬박 챙기던 우아진도 윤성희와의 갈등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 중에 집을 떠나 가족들과의 대화 중에 안운규에 대해 묻고 답을 얻었을 뿐이었다. 모든 가족들은 우아진에게 안운규가 미국에 갔다고 했지만, 안운규는 미국에 가지 않았다. 함께 사는 가족들, 심지어 가장 가까운 부모마저 그들만의 관심사에 정신이 팔려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을 방치하는 잘못을 저질렀음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박복자가 살해당한 날 밤, 안운규는 자고 있던 안지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악마를 죽이겠다"라는 말을 남긴 뒤 움직인다. 와인을 마시고 있던 박복자는 미국에 가 있는 줄 알았던 안운규가 벽돌까지 손에 들고 나타나자 크게 당황하고, 안운규는 "나랑 우리 가족들에게 도대체 왜 그랬느냐?"라는 원망섞인 절규와 함께 박복자의 머리를 벽돌로 내려쳐 잔혹하게 살해한다.

안지후는 "악마를 죽이겠다"는, 판타지 게임에서나 들을 법한 말 때문인지 "오빠가 수능이 끝나서 게임에 깊게 빠진 것 같다"며 그날의 통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 일을 영어 일기장에다가 적어둔다. 얼마 뒤 안지후의 영어 일기장을 읽던 우아진은 박복자가 죽은 날인 2월 28일의 일기에서 "오빠가 악마를 죽이겠다고 했다"는 내용을 읽은 뒤 의문을 갖고, 안지후에게 안운규가 미국에서 잘 지내냐고 물었다가 오빠는 계속 한국에 있었다는 대답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안재구는 박복자가 살해당한 시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고, 박주미는 이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확인한다. 안재구는 살해 현장에서 자신의 잭나이프가 발견된 것을 의아해하다 박복자의 경호원으로부터 풀려난 이후 사냥터에 머물던 자신을 찾아온 안운규가 잭나이프를 가져갔음을 깨닫고 경찰서로 찾아가 거짓 자수를 한다. 이후 안태동은 수감된 안재구에게 밖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위로를 하고, 안재구는 아버지에게 박주미와 안운규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다.

이후 안운규는 방 안에만 틀어박혀 아버지가 자신의 살인죄를 뒤집어썼다는 죄책감과 사람을 죽였다는 PTSD에 시달리게 되면서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였고, 오열하는 주미를 뒤로 한 채 구급차로 실려가는 것을 끝으로 극에서 퇴장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거기에다 박복자 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가 안운규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뒤 미국으로 출국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재조사를 한다는 것을 보면....

안운규는 극 중에서 가장 비중이 낮았던 인물이었기에 "용의자로 보는 것부터가 가당키나 하냐?"는 의견이 꽤 많았지만, 20회를 통해 그 낮았던 비중이 역으로 "안운규가 집안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얼마나 철저하게 방치된 인물이었는가?"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게 하는 원력이 되었다. 살해 동기가 충분할만큼 납득이 되는 복선을 모두 풀어내면서 안운규는 박복자보다 더 크고 잔인한 파국을 맞이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살인을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망간 아버지,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버텨내면서 아등바등 집안에 매달리는 어머니, 모처럼 돌아온 아버지를 매일같이 꾸짖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돈이나 뜯어낼 궁리만 하며 생각없이 사는 고모,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작은 아버지까지 그 어느 누구도 안운규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반면에 오히려 박복자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 안운규가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안운규에게 홍삼을 지어주면서 온정 어린 손길을 내민 것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던 작은엄마 우아진이었다. 심지어 아버지 역시 할아버지의 재혼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급하게 귀국한 뒤로 안운규를 찾는 묘사 따윈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돈을 쫓을 뿐.

그러나 우아진마저도 작은 아버지의 불륜으로 이혼을 하며 집을 떠났다. 결국 안운규는 홀로 방치된 채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했고 위로도 받지 못한 채 박복자의 공작으로 인해 집안이 완전히 풍비박산나는 과정을 잔인하게 지켜봐야만 했던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안재구 일가가 어느 정도 명분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원한으로 벌어진 것이었으니 운규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운규는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집안이 완전히 파탄나는 상황을 못뜰 눈 다 뜨고 봐야만 했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안운규에 대한 걱정을 그들끼리의 대화로만 해결했을 뿐이었고 아무도 직접 안운규를 찾아가거나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조차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안운규의 처지는 작중에서 비슷하게 가정이 파탄나는 경험을 한 아진의 딸이자 운규의 사촌동생인 안지후와 대비된다. 아버지와 과외 선생의 불륜으로 인해 집안이 똑같이 파탄나는 과정을 눈으로 보게 되며 파란에 휩쓸린 것은 안지후도 비슷하나, 이쪽은 항상 우아진, 안재석, 허진희를 비롯한 주변의 어른들에게 따뜻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어른들간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직·간접적으로 휘말리기는 커녕 안전한 환경에서 극중 마지막까지 비교적 큰 감정의 기복도 없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제대로 보호자 노릇만 했다면 안운규 역시 지금처럼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지후처럼 안온하게 자랄 수 있었다. 작중에서 제일 씁쓸하고 안타까운 부분.

작중에서 박복자를 살해할 동기를 가진 다른 자들은 천민자본주의나 갑질에 깊이 빠져있는 속물같은 인물들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천성부터가 악인에 가깝거나 나름대로의 맞을 짓을 당할 이유가 충분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천박한 인간들이다. 물론, 박복자도 또한 그런 인물이기는 하지만 저런 사람들에게 피살당할만한 사람은 아니거나 피차 서로간에 앙금과 죄가 있는 자들인데 살해당할 필요가 (역으로 저들은 살해당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 작중의 박복자나 시청자가 되물을법한 상대들이다.

결국, 안운규는 박복자를 상대로 보복을 해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어진다. 또한 살해를 당하더라도 원한을 갖기가 힘든 인물이다. 박복자가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별다른 이유없이 가해를 자행한 상대이자 전혀 필요하지 않던 악행을 저지르면서 억울하게 몸과 마음을 상처입혀버린 상대가 바로 안운규다. 낮은 위치의 약자에게 품위있던 우아진을 동경하고 있었던 박복자가 안운규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려버린 이유는 그저 태어나자마자 귀속적 지위로 얻은 상류층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안재구 부부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원한을 품을 이유도 없었고 아무런 죄도 없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전혀 알고 싶지 않았거나...)

결국, 자세히 안운규가 처한 상태를 말하자면... 어차피 박복자가 탐내는 재산은 모두 할아버지의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안운규의 재산도 아니다. 안재구 부부의 아들로 부잣집에서 금수저로 태어난 것은 절대로 안운규의 책임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낳음당했다"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그렇게 안운규는 갑질에 고통스러워했던 박복자가 새롭게 상류사회로 올라간 뒤에 저지른 갑질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박복자 자신이 살해당한 것에 대해 억울하게 생각하고 원한을 품지 못할 인물이 있다면 사실상 안운규 한 명밖에 없다.

우아진이 박복자에게 "당신은 당신이 잘못된 것을 알기에 행복해질 수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잘못으로서 마지막에 웃는 우아진과 대비될 만한 박복자가 그 막대한 재산을 한 푼도 써보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원인은 결국 박복자가 가해를 저지른 안운규처럼 자신의 모든 행복을 빼앗겨버린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돈만 가지면 모든 것이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박복자가 저지른 자업자득의 잘못이기에 돈과 부를 포기한 우아진의 모습과 한층 더 대비되기도 한다.

작가가 원래 의도한 결말은 운규가 아닌 재희가 복자를 죽이는 결말이거나 가족 모두가 따로따로 이미 죽은 복자를 계속해서 죽이면서 모두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결말을 그리려고 했지만 후자는 서사가 너무 복잡해진다는 이유로 결국 운규가 범인으로 정해졌다.

 

 

시청률

첫회 시청률은 2.044%(닐슨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출발했지만, 2회에서 바로 3.108%를 기록하며 시청률 상승의 조짐을 보였다. 이후 상승세를 타 매주 시청률을 경신해 8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 5.795%를 기록했다. JTBC 금토드라마의 시청률이 5%를 넘은 것은 작가의 전작이자 박보영 주연의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두 번째이다.

10회 본방송에 앞서 JTBC에서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9회 연속방송을 편성했다. 10회 시청률은 전일 대비 1.889% 포인트 상승한 6.899%로 또 다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날 방송된 재방송 분 또한 3.544%, 3.362%, 3.115% 등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11회 역시 8.476%를 기록하며 기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JTBC 금토드라마의 금요일 시청률은 전주 토요일보다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무려 1.577% 포인트 상승했다. 

극 전개 후반부에 들어서도 시청률 상승은 이어졌다. 12회 8.944%, 14회 9.131%, 16회 9.986%로 매주 최고시청률을 경신했으며, 16회에서 작가가 전작에서 남겼던 기록을 깨며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의 기록을 세웠다.

방영 9주차에 처음으로 시청률을 경신하지 못하며 주춤하는 듯 했으나, 19회에서 금요일 최고 시청률인 9.694%를 기록한 후 최종 20회에서는 12.065%를 기록했다. 이는 자체 최고 시청률이자 JTBC 드라마 최초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어서는 동시에 당시 정규 방송 기준 역대 종편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수치였다.

 

 

여담

김희선과 김선아는 드라마 '세상 끝까지' 이후 20년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다. '세상 끝까지' 촬영 당시 김희선은 출연한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미 스타가 되어있었고, 김선아는 김희선보다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데뷔가 늦어서 쌩신인급이었다. 김선아는 세상 끝까지 촬영 이후 조연급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다가 2000년대 들어 주로 영화쪽에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2005년 김윤철 PD가 연출을 맡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스타가 된다. 김선아 한정으로 품위있는 그녀는 김윤철 PD와의 12년 만의 재회인 셈.

 

몇 년전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와 고액배당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풍제지의 오너 일가와 주요 인물 설정이 많이 유사하다. 제지 사업을 운영하는 고령의 회장(안태동), 헬스장을 배경으로 정보를 입수한 후 나이 많은 회장에게 접근하여 결혼하는 젊은 부인(박복자), 경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아버지의 눈 밖에 난 두 명의 아들(안재구, 안재석) 등이 비슷하다. 영풍제지는 2013년 35세 연하의 부인 N씨가 50%가 넘는 지분을 증여받아 경영권을 쥐게 되는데, 경영에서 배제된 장남 L 전 회장이 N씨를 고소, 고발하면서 오너 일가의 속사정이 알려졌고 '현실이 막장드라마보다 더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후 백미경 작가는 인터뷰에서 실제로 영풍제지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창작 동기는 또 대기업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에게서 얻었다고 한다.

 

화가 마티스랑 칸딘스키의 작품이 종종 언급되는데 그들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부분 때문으로 보인다. 늙어서 젊은 가정부와 가까운 사이가 된 마티스, 유부남인데 바람나 동거해서 집이 '창녀의 집'이라 불린 칸딘스키. 또한 칸딘스키는 재혼상대가 강도에게 살해되었다.

 

또한 갤러리가 자주 나오고, 작중 우아진이 미술품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나오는데 때문인지 실제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또한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하태임. 색 띠를 이용한 작업을 하는데, 우아진의 집 곳곳에 걸려있다.

동명의 소설로 출간된다. 우아진과 박복자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드라마에 채 담지 못한 에피소드와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 등이 담긴다고 한다.

드라마가 드라마다보니 별별 사람들이 다 등장한다. 회장의 첩 출신인 갤러리 대표, 후원자 남편의 첩이 된 화가, 사모님의 남첩, 상당히 특이한 방식으로 점을 보는 무당, 애첩을 떼어내기 위해 젊은 여자를 시첩으로 들이는 사모님, 여성 CEO들의 모임인 칠공주에 시중드는 근육질 남자들... 이들을 통해 상류층과, 상류가 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쓰는 중상류층을 풍자한다. 원래 작가가 생각했던 박복자의 이미지는 라미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선아가 캐스팅 되었을 때 어울릴지 의문이었다고 했는데, 연기력으로 완전히 납득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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