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8. ~ 12. 01.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시놉시스
인기 소설가 한승우는 3년전 일어난 사고로 아내와 어린 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절필한다.
그를 쫓아다니는 의문의 상자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꿈에 나타난 봄이의 부탁으로 어렵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병 선호의 수첩이 흘러간 여정이 승우의 소설을 통해 펼쳐진다.
4.3사건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카투사가 되어 한국전쟁에 참전 중인 선호, 제주도의 동굴 속에 잠든 꼬마해녀 명이, 나무상자에 갇혀버린 전쟁 고아 순이, 화가가 꿈이었던 조선족 중공군 호룡, 만주 위안소의 식모 막이, 시를 쓰는 의대생에서 인민군 군의관이 된 시자. 수첩의 여정이 끝에 다다르면서 승우는 또 한 명의 상자 속에 갇힌 이를 만나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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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승우는 뜻밖의 사고로 아내와 어린 딸을 잃고 깊은 슬픔에 잠겨 절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딸 봄이를 만난 뒤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 만에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작가 승우를 찾아온 ‘갇혀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고, 동시에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똑, 똑, 똑똑…. 막이 오르면 암전으로 사방이 캄캄한 가운데 어디서부터인가 또렷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암호 같기도 하고 모스 부호 같기도 한 이 노크 소리는 극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극중 인물들을 불러내고, 극중 화자이자 작가인 한승우에게 과거를 환기시킨다.
<썬샤인의 전사들>의 이야기는 소년병 나선호의 작은 수첩으로부터 시작한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제주 소년 나선호는 4.3사건을 거치며 가족을 잃은 뒤, 카투사 병사가 되어 한국전쟁에 투입된다. 그는 짬이 날 때마다 수첩 속에 이야기를 적으면서 작가의 꿈을 키우지만, 결국 폭격 속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피 묻은 수첩은 화가를 꿈꾸던 조선인 중공군 강호룡의 손을 거쳐 문학소녀 출신의 인민군 군의관 송시자에게 이른다.
그 과정 속에서 나무상자에 갇혀 있는 전쟁고아 순이, 제주도 동굴 속에서 잠든 어린 해녀 명이, 만주 위안소의 식모 막이, 작가가 꿈이던 카투사 소년병 선호와 화가가 되고 싶던 조선족 중공군 호룡, 시를 쓰는 인민군 군의관 시자 등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가 승우의 소설로 펼쳐진다. 이처럼 <썬샤인의 전사들>은 작은 수첩이 사람들의 손을 돌고 돌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동시에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사건, 6.25전쟁과 공산당 색출운동, 군부독재 시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순간들을 파노라마처럼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특히 극 초반에 등장하는 작가 지망생 선호 이야기와 화가 지망생 호룡의 그림, 그리고 시자의 시가 적힌 낡은 수첩은 시자의 동생 시춘에게 이르러 하나의 이야기를 위한 ‘모티브’가 되고, 결국 시춘의 제자이자 작품의 화자인 한승우의 손을 거치며 비로소 완결된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역사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선호와 호룡, 시자와 시춘, 그리고 승우는 모두 이 굴곡진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내면서 시대의 흔적을 자신만의 언어(시, 소설, 그림)로 기록하고자 했던 인물들이다. 이들 모두가 작가나 화가를 꿈꾸던 아이들이었다는 점은 무언가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식으로서 ‘예술’의 임무와 가치를 은유적으로 드러내준다. 또한 파란만장한 곡절 속에서도 결국 승우의 손에까지 이어진 ‘낡은 수첩’은 한 세대에서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결코 끊기거나 사라지지 않는 예술의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썬샤인의 전사들>에는 홀로 돋보이는 주인공이 없다. 대신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장면과 장면이 동시에 맞물리는 등 시공간의 교차가 잦은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호흡과 앙상블, 그리고 각자의 존재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새라새 스테이지에서는 유성주, 성여진, 권태건, 곽지숙, 전석찬, 이지혜, 조재영, 노기용, 박주영, 신정원, 김정화, 한기장, 박세인 등의 배우가 출연해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진 우리 근현대사의 아픈 순간들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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