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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우리들의 블루스] _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쌈장에빠진돼지 2023. 3. 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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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일자 : 2022.04.09. ~ 2022.06.12. 20부작

방영시간 : 토, 일 오후 9시 10분 

연출 :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극본 : 노희경

제작 :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

출연 :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박지환, 최영준, 배현성, 노윤서, 기소유, 김혜자, 고두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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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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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이 드라마는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이다.

응원 받아야 할 삶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때론 축복 아닌 한없이 버거운 것임을 알기에,
작가는 그 삶 자체를 맘껏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다.

하나뿐인 아들(동석)과
살가운 말 한마디 섞지 못하는
일흔 중반의 옥동,

가진 것이라곤 달랑 만물상 트럭 하나와 모난 성깔뿐인
마흔 초반 솔로인 동석
남편은 물론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오래 산 게 분명한 죄라는 걸 증명하는 일흔 초반 춘희,

하루 이십 시간 생선 대가리를 치고 내장을 걷어내
평생 형제들 뒷바라지하고도 기껏 생색낸다는 말을 듣는
오십 줄의 싱글 은희,

이혼을 당하고 맨몸으로 고향 제주에 돌아온 선아,
가난한 집안에서 홀로 잘나 대학을 나왔지만
그래 봤자 월급쟁이 인생에,
골프선수 꿈꾸는 능력 좋은 딸이 있지만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고 다리가 꺾인 기러기 아빠 한수,

해녀로 물질하며 깡 좋아 먹고사는 것은 두려울 것 없지만
무슨 사연인지 누구와도 깊게 사귀려 하지 않는 영옥
큰 욕심 없이 남들 다 서울로 갈 때도
고향 제주와 가족들 지키겠다며 선뜻 뱃꾼으로 남아
고작 욕심이라곤 사랑하는 여자와 제주 이 바닷가에서
단둘이 오손도손 소박한 신혼을 꿈꾼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정준에게도,

이 지긋지긋한 제주와 삼촌들(아저씨, 아줌마들이 제주 말로는 다 삼촌),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서울로 대학 가려다
덜컥 발목을 잡혀버린 영주와 현이에게도,

자식 잘못 키웠다 욕하는 남들은 그렇다 치자,
죽자 사자 키워 놓은 자식에게 마저도
'아버지가 해준 게 뭐 있냐? 이제부터 내 인생 간섭 마라!'
온갖 악담을 듣고 무너지는 아버지들 방호식과 정인권은 물론,

부모 형제 남편 자식에게 까지 맘 적으로 버려지고
오갈 데 없어 죽고 싶은 맘으로
마지막 실오라기 라도 붙잡듯 찾아온 베프(미란의 입장에선) 은희에게
위로는커녕 상처를 받은 미란
어느 날 아무 영문도 모르고 엄마와 아빠를 떠나
낯선 제주 할머니 집에 떨궈진 여섯 살 은기까지.


작가는 무너지지 마라, 끝나지 않았다,
살아있다,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었다.

따뜻한 제주, 생동감 넘치는 제주 오일장,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를
옴니버스라는 압축된 포맷에 서정적이고도 애잔하게,
때론 신나고 시원하고 세련되게, 전하려 한다.

여러 편의 영화를 이어보는 것 같은 재미에, 뭉클한 감동까지,
욕심내본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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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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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사십대 초반, 트럭만물상

제주 태생. 엄마 집이 있지만 가지 않고, 트럭 하나에 의지해 야채며 살림살이 등을 되는대로 싣고 제주 인근 흩어진 섬들을 오가며 섬사람들에게 장사 해먹고, 잠도 트럭에서 잔다. 남들은 그를 두고 태생이 거친 놈이라 하지만, 모르는 소리, 그 역시 남들처럼 평화롭고 싶었고, 깔깔대고 웃고 싶었고 해맑게 장난치고 싶었고 행복하고 싶었다.

가난에 떠밀려 누나 동희가 해녀가 되어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바다에서 죽지만 않았어도, 뱃꾼인 아버지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서 죽자 엄마(옥동)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지 친구인 선주에게 재가만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그지새끼라고 부르는 이복형제들에게 허구헌날 죽게 맞지만 않았어도, 그리고 참 지켜주고 싶었던 첫사랑 그 기집애(선아)가 내 순정을 열일곱 그때, 서른둘 그때, 두 번씩이나 짓밟아 버리지만 않았어도.

...과연,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일까? (은희, 인권, 호식은 그가 선아 이후 두어명의 여자를 만났던 걸 아는지라, 이 말에 쉽게 수긍안하고, 핑계라 여기지만, 어쨌든, 그는 그리 생각한다)

새 아버지의 집을 털어 서울에 왔으면, 잘돼야 했으련만, 그는 하는 일마다 안됐다. 섣불리 시작한 고물상도 망하고, 택시기사 면허를 사려다 사기 당하고. 다시 선아를 만나 상처받고, 그리고 다시 제주. 헌데, 날 처참하고도 초라하게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짓밟고 떠난 그 기집애가, 나보다 더 처참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 나와바리, 제주 앞바다에 다시 나타났다.

콱! 내가 당했듯 밟아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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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아
주부

서울 태생. 말수 적고 차분하다. 태훈은 그녀의 웃음이 이뻐 반했다지만, 자신은 모르겠다. 어려선 웃음이 애교가 많았던 것도 같다. 엄마가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버리기 전까지는.

일곱 살, 유치원을 마치고 나온 선아를 엄마가 다짜고짜 차에 태워 아빠에게 간다고 했다. 선아는 그렇게 엄마에게 버려졌다. 아빠는 이후 선아와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아버지 고향인 제주 삼촌네로 갔다.

재기할 사업자금을 달라는 아버지, 더는 줄 돈 없다는 큰삼촌은 매일 다퉜다. 선아는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그때 들락거린 오락실에서 동석을 만났다. 거칠지만 그래도 제법 착한 동네 오빠.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죽고 싶었던 시절 선아에게 동석은 작은 의지처였다)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회사 동기로 만난 태훈과 사 오년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 결혼하고 아들(김 열,5살)을 낳았지만, 종국엔 헤어졌다. 그녀는 미련 없었다. 근데, 태훈이 아이는 시어머니와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

나에겐 열이만이 전분데,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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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동

칠십 중반, 작은 밭에 이런저런 고추, 감자, 깨농사 등등을 지어서, 오일장에 내다 판다, 동석의 엄마

남들이 벙어리라 할 만큼 말수 적고(혼자선 자주 구시렁대지만), 투박하고, 감정 없는 사람처럼 무뚝뚝하며, 그저 일만 한다. 남들 눈엔 순해 보여도, 동석에겐 살갑지도 그다지 순하지도 않다.

목포태생. 뱃일 하는 엄마아버지를 열 살 때 집에 화재가 나 잃고, 동생과 단둘이 남의 집일이나 식당일을 하며 살다(동생은 목포서 살다, 몇 달 전 암으로 죽었다. 죽기 전 그렇게 언니 옥동을 찾았다는데, 글 모르고 길 모르는 옥동은 갈 엄두가 안 났다. 그리고 부고를 들었다), 동네 사람이 막일하는 동석 아버질 소개시켜줘 제주로 시집와 살다 태풍에 남편이 죽었다.

이후, 물이 무섭다는 딸년을(자신도 무서워, 그동안은 밭일만 했는데) 끌고 바다로 들어가 함께 해녀가 됐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근데, 이게 또 무슨 일, 딸년도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남편 죽인 바다는 안 무섭더니, 딸년 죽인 바다는 정이 떨어졌다. 어떻게 살지? 거친 동석이 저 새낀 어찌 키우지, 그때였다. 더는 삶에 자신이 없어진 건. 그래서, 남편의 친구 박선주가 같이 살자는 말에 덥석 그러자 했다. 그와 산단 건 첩이 된단 거고, 그의 병든 아내 수발(거의 식물인간)을 해야 한단 거고,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키워야 한단 거고, 동네에서 남편 친구와 붙어먹는단 소릴 들어야 한단 거였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동석일 키울 수 있고, 다시 바다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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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수
사십대 후반, 푸릉 은행지점장

어려선 가난이 싫어 욱하고 괜한 쌈질도 했지만, 다 지난일.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성실하다. 돈 아끼려 혼자 밥 해먹고 술 담배 안하고 집안 살림도 잘하고 누가 봐도 선한 웃음에 포근하고 성실한 샐러리맨.

아내와 자식 사랑이 끔찍하다. 2남 3녀 중 장남,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그가 초등학교 때 막내가 두살 때 도랑에 빠져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남의 집 땅에 깨 농사를 지어 살림을 건사했다. 그는 공부를 잘해 서울로 유학을 갔다. 동생들은 그의 뒷바라지를 위해 허리 아픈 어머니 봉양을 위해 모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육지의 공장으로 식당으로 일찍이 일자릴 찾아 나섰다. (큰 여동생만 제주에 남아 남편과 성실히 일해 말 농장을 하며 살고 있다)

대학 일학년 때 미팅에서 만난 미진과 결혼해선 맞벌이를 해 학자금융자 결혼자금융자 받은 거 갚기에 허덕였고, 딸 보람이가 골프에 재능을 보이고 부터는 더더욱이 사는게 팍팍했다. 그는 아내 미진과 딸을 골프 유학을 위해 해외로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됐다. 미국에 간 보람이는 중학교 땐 승승장구 하더니, 고등학교 들어서서 성적이 곤두박질쳐 현재는 프로 2부에 있다. 포기하기엔 아깝고, 계속 가기엔 코칭비며, 체류비, 대회 경비며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십년 전 집 살 때 퇴직금도 70프로는 당겨 써 없고, 이년 전엔 서울에서 살던 아파트까지 팔았지만 그 돈마저 바닥이 나고 있다.

그 즈음 서울의 은행지점장에서 제주 고향 푸릉의 은행지점장 자리로 발령을 받았다. 자존심은 그만 퇴사하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 무슨 자존심, 퇴직은 가당찮다.

그는 고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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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사십대 후반, 생선가게 운영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사남 일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푸릉의 섭섭시장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장사꾼에 억척스럽고 성실하고 똑똑하고 흥도 많지만, 자수성가한 까닭에 세상에서 자신이 젤 잘났단 생각도 많다(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푸릉에 생선가게를 운영, 그리고 이십대에 산 서귀포 땅에 건물이 올려지면서, 동네에서 준 갑부가 되었다)

아직도 싱글. 그녀의 삶은 늘 생선처럼 비리고, 생선 대가리 치는 것만큼 잔인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갑자기 밭에서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늘 제 편에 서있던 어머니도 밭에서 열사병으로 돌아가셨다. 고등학교 중퇴하고 시장에서 생선 장사 시작하며 동생들 대학 다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수가 제주에 나타났다. 잠시 잠깐 온 게 아니라 발령받아 온 것이다. 그것도 이혼을 준비하면서. 그렇다면 이제 여기서 제법 살겠군.

어쩌면 사랑도 가능할지도,
팍팍한 그녀 가슴에 촉촉한 설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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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란

사십대 후반, 마사지샵 운영

제주 푸릉 태생. 이쁘고 잘놀고, 천성이 낙천적이고, 당차고, 똑똑하고, 화끈하고, 유머러스에 장난기 많고, 아쌀하다. 미란은 어려서부터 모든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가난한 은희, 인권, 호식과도 격이 없이 지내는 정말 퍼펙트한 인성 좋은 멋진 친구.

유년시절은 찬란했지만 서울에서 삶이 녹록치 않았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지금은 혼자. 대학시절 만나 처음 결혼한 첫사랑은 변호사였는데, 사무장과 바람이 났다. 이후, 맛사지샵을 운영하다 친구소개로 사업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이삼 년 살았다. 근데 어느 날 집에 은행직원들이 와서, 차압딱지를 붙이는 게 아닌가? 이후 알게 된 진실, 미란이 모르게 미란의 명의로 빚진 것도 허다했다. 세 번째 결혼은 맛사지샵의 손님으로 온 외과의사였는데, 결혼해서 딱 일 년 살았다. 결혼은 그만하고 싶어, 따라다녀도 한사코 싫다 했는데 자살시도까지 하는 바람에 결혼했다. 근데, 남자가 애를 갖고 싶어 했다. 혼전에 그렇게 애만은 안된다고, 난 내 딸 지윤에게 해준 게 없어서, 씨 다른 형제만이라도 안 만들어주고 싶다고 사정사정했는데, 혼전엔 그러마 했던 남자는 결혼 후 맘이 변해, 끝없이 애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안녕! 미란은 세 번째 남자와도 헤어졌다. 그리고, 헤어진 남자들은 현재 모두 웬수가 아닌 친구로 남았다.

살 부비고 산 남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미란의 베프라 우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녀의 베픈 어려서도 지금도 오직 은희 하나다. 가난하면서도 늘 당당했던 아이, 버리고 싶을 만큼 징글징글한 가족의 생계를 모두 거뜬히 짊어진 아이, 자수성가해 주변을 돕는 아이, 내가 부르면 언제든 제주에서 서울로 한달음에 달려오는 아이, 이젠 늙어버린 나를 늘 이쁘다고 치켜세우며 소피 마르소를 닮았다고 하는 아이, 정은희. 힘들고 외롭고 서글플 때도 미란은 굵고 거침없는 은희 목소리만 들으면, '야, 기운내, 새끼야! 니 옆엔 내가 있잖아! 의리!', 그 소리만 들으면 다시 깔깔댈 힘이 났다.

그날도 그랬다.
이렇게 단단한 미란의 마음이 무너져 흘러내려버린 그날도,
여지없이 미란은 은희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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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삼십중반, 애기해녀 1년차(하군)

남자들은 영옥이 가끔 쌈닭 같긴 해도 천성이 밝고 맑고 재밌고 귀엽고 무조건 사랑스럽다지만, 그건 사랑의 콩깍지가 씌인 탓. 자신의 험한 꼬라질 보지 못한 까닭인 걸 영옥은 명명백백 알고 있다. 남들 앞에선 온갖 밝은 척 착한 척 내숭 떨지만, 저 깊은 속내는 음흉하고 야멸차고 이중적인, 저만 아는 이기적인 못된 기집애.

부모님은 착하지만 일찍 죽어버렸고 이모네 식구들 집에 얹혀살다, 18살까지는 보육원에서 지내게 된다. 놀리는 애들과 영옥은 매일 싸우다시피 했다. 지긋지긋한 싸움이었다. 영옥은 일거릴 찾아 인천 시계공장으로, 다시 강원도 카페로, 옷 가게로 그리고 현재는 제주로 내려와 해녀 학교를 나와 애기 해녀가 되었다.(밤엔 실내포장마차를 한다) 그리고, 해녀 배를 모는 선장인 정준과 썸을 타는 중.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가볍고 경쾌하게 심각하지 않고 쿨하게 아슬아슬 하고도 짜릿하게 동네사람들 눈 피해 잠자리나 하면서 깔깔대고 즐겁게 지내면 될 걸,

왜 정준은 이렇게 진지한 건지,
왜 내 속을 뒤집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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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준
서른셋, 선장

천성이 맑고 따뜻하고,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마다 열심히고 성실해 누구에게나 신뢰가 높다. 건강하게 농사짓는 아버지 어머니(정준이 사는 항구와 떨어진 윗동네에서 기준과 함께 산다)가 계시고, 자신과 함께 뱃일 하고 잡일하는 동생 기준이 있다.

제주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서너 개의 직업을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말해 돈 되는 일은 다 한다. 물질하는 해녀들을 바다와 육지로 데려가고 데려오며 뱃삯을 받고, 바다 나가 낚시를 해서 인근 횟집에 활어나 선어를 대고, 은희 생선 가게의 경매를 돕고, 함께 오일장에서 일당을 받고 생선을 팔기도 한다. 버려진 버스를 리모델링 해 이쁘게 카페처럼 꾸며 바닷가에 살 만큼 낭만도 있다. 배 살 때 빌린 은행대출을 갚고, 다시 대출받아 바닷가 근처에 18평짜리 아파트도 살 계획이다.

정준은 영옥이 첫눈에 맘에 들었다. 육지 처녀가 물질한다고 하는 것도 이쁜데, 털털하고 어른들 하고 잘 놀고, 물질도 욕심껏 성실히 잘 하는데다 자신에게 눈웃음을 치며 '헤이 선장' 하고 부를 땐 애간장이 닳았다.

그녀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니, 조만간 영옥에게 나 어떠냐 사귀자 하려는데 동생 기준 왈, 영옥이 좀 헤퍼 보인단다. 강릉에서 온 배선장과 뻑 하면 제주시로 놀러를 다닌다나?

해녀 할망들 사이에선 영옥이 거짓말을 한다고 하고,
그것도 모자라 영옥에게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
이건 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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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춘희
일흔 초반, 상군 해녀

말수 적고,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까탈스럽지 않고 그저 무던하다. 어려선 명랑하단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세파가 그녀를 그리 말없이 덤덤히 큰 어른으로 만들었다. 집이 좀 살았으면 양장 같은 기술이라도 배웠겠지만 형편 안 되는 집에서 태어나 열 셋에 보말 주우면서 시작한 물질이 벌써 60년, 지금은 먼 바다까지 나가는 해녀 중에 해녀, 상군 해녀다.

그러나 물질로 돈 버는 것도 다 옛말, 요즘 바다엔 물건도 많이 없고, 양식도 많아 돈이 안된다. 서운하지 않다. 그리 잡아먹으니 없을 만도 하다 받아들인다. 생계를 위해서도 있지만 시간 죽이는데 노동만큼 좋은 게 없어서, 옥동과 여기저기 밭에 날품을 팔러 다니기도 하고, 은희 가게에서 생선다듬기를 하기도 하고, 그것을 오일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가난한 집에 열여덟에 시집와 억척스럽게 살며 아들 넷을 낳았지만, 현재는 마흔에 얻은 늦둥이 막내 만수만 남았다. 결혼 후 십 년 만에 얻은 귀한 쌍둥이 아들들은 태어나자 두 어 번 울고는 이유도 알 수 없이 죽고, 둘째, 아니 셋째는(은희,인권,호식의 동창) 스물이 되기 전에 술 먹고 고랑에 빠져 죽었다. 그리고 셋째가 가버린 그해, 덜컥 남편이 폐병으로 죽었다. 인생 참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말도 없이 결혼해 살던 만수가 오년 전, 손녀 은기를 낳아 들고는 밝은 얼굴로 찾아왔다. 순하고 밝고 이쁜 며느리, 해선은 열흘에 한번씩 꼭꼭 전화를 해왔고, 욕심 없는 그녀는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그런데 아들과 며느리가 일이 바쁘다며 잠시 맡겨두고 간 은기 이 놈,
하루만 맡아봐도 너무 힘들다.
얌전하긴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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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기
여섯 살, 춘희의 손녀. 유치원생

목포에서 엄마인 해선과 아빠인 만수와 함께 산다. 아빠 집인 제주도는 두 살 때 왔다 하는데 기억에 없고, 할머니 춘희는 가끔 일 년에 한 두번 아빠가 해주는 화상 통화로 본 게 전부다. 

또래에 비해서 늦된 편이라 아직 한글도 더듬더듬 읽고 숫자도 10 넘어가면 잘 모른다.
춤추는 걸 좋아하지만,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선 안하고 엄마아빠한테만 보여준다. 아빠는 큰 덤프 트럭 장거리 운전을 해 자주 못 보지만, 그래서 볼 때마다 더 반갑고 더 좋다.

어느 날 아빠가, 은기의 팔에  볼펜으로 一心(이 그림은 만수와 춘희의 팔에 있는 문신이다. 만수는 고향을 떠나며 엄마 춘희를 잊지 않기 위해 춘희에게 있는 문신을 제 팔에도 새겼었다. 춘희의 팔에 있는 문신은 제주 해녀들끼리 서로 공동체를 다지며 어려서 새긴 것이라 조악한 그림같다)을 그림 그리듯 써주며 말했다. '은기야,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갈 때는 제주도로 이사하자'. 은기는 목포에 친구가 많아, 제주도가 싫다 하니, 아빠가 다시 말했다. '제주도 바다에는 달님이 백 개 씩 뜬다? 엄청 멋있는데! 너 진짜 그거 보러 안 갈래?' 은기는 그 말에 혹했다. 달님 하나도 이쁜데 백 개의 달님이라니! '좋아!' 은기는 그렇게 아빠에게 제주 이사를 허락했다.

은기는 다음날이 유치원에서 수영장을 가는 날이라서 엄마가 사준 레시가드에만 관심이 쏠렸었다. '이거랑 같은 걸 산 애는 없겠지? 내게 젤 이쁘겠지? 다들 부러워하겠지?' 은기는 그날 들떠 레시가드를 입고 잠이 들어 버렸다.

은기가 잠에서 깨 눈을 떴을 땐
제주행 페리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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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권
사십대 후반, 오일장 순댓국밥집 운영

욱하는 성질에 말도 거칠지만, 그건 못 배워 그런 것 일 뿐, 천성은 그렇지 않다. 나름 인정도 많고 의리도 있다. 호식이 에게 까지 줄 의리는 없지만. 제주 지역 오일장을 돌며 순댓국을 팔고, 오일장이 없는 날은 가내수공업으로 순대를 만들어 근처 순대국밥집에 순대를 공급한다.

그가 첨부터 고단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대대로 그의 집안은 오일장에서 순댓국을 팔아왔다. 그의 부모도 당연히 그랬다. 가난의 대물림. 아무리 순대를 팔고 썰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 형편, 그는 어릴 때 그 가난이 싫어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깡패가 됐다. 주먹이 세고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맷집과 독종 기질 때문에, 아무도 그에게 근접을 못했다. 덕분에 서귀포 제주시 일대 나이트클럽 기도들의 우두머리가 됐다. 승승장구처럼 보였다. 아내가 이혼하겠다며 아들 현이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한날, 뜨거운 순댓국 두 그릇 머리에 이고 돈 만원 벌겠다고 배달 가던 어머니가 트럭에 치였고, 애끓는 어머니를 그렇게 보내고서야 인권은 정신이 차려졌다. '인권아 자식 부끄럽게 살지 마라' 그 듣기 싫던 잔소리가 장례 내내 유언처럼 들려왔고, 이제부턴 아들놈한테 쪽팔리게 살지 말자, 다짐하고 그 후로 누가 봐도 반듯하게 현이를 키우며

자길 버리고 간 아내에게 보란 듯이
순박하고 착실하게 순댓국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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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식
사십대 후반, 얼음가게 운영

살갑고, 인정 많다(인권 에겐 거칠지만). 가파도 출신. 부모님은 보리 농사로 겨우 먹고 살았다. 아래로 여동생 셋이 있지만 모두 중졸. 호식만 남자라는 이유로 서귀포에서 학교를 다녔다. 은희와 결혼을 약속하고 부모님에게 인사하러 함께 가파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은희는 결혼을 물렀다. 결혼하면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더 느는 거네, 현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나 같아도 싫다. 너 같이 가난한 새끼' 옆에서 인권이 아프게 찔렀다.

그렇게 호식의 마음에 가난이 사무쳐 한탕의 유혹이 자라난 걸 그땐 몰랐다. 다시 여잘 만나 결혼해 애까지 낳고 그럭저럭 살면서도, 돈 좀 모인다 싶으면 주식으로 날려먹고, 사업에 투자했다 날려먹고, 그러다 결국 도박에까지 손을 댔고, 그 일로 인권에게 죽도록 맞으면서도 호식은 정신을 못 차렸다.

그날도 한탕 거하게 잃고 집에 오니 아내가 도망가버리고 없었고, 세 살 배기 영주가 텅빈 밥솥을 긁고 있었다. 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저 앨 살려야 한다. 그때 호식과 영주를 구해준 건 은희였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해주면 좋겠다며 얼음 가게를 마련해줬다. 자길 차버린 첫사랑에게 도움 받는 데도 호식은 부끄러울 겨를이 없었다. 그때부터 호식은 고장나지 않는 기계처럼 일했다.

매일 새벽 수산물 경매도, 그 와중에 영주 아침밥을 차리는 것도, 하루 수백포대의 얼음 배달도 한 번을 빠뜨리지 않았다. 시장 전체의 냉장고나 다름없는 역할을 호식은 우직하게 해냈고, 덕분에 거래처가 넘쳐난다.

손발에 동상을 달고 살고 맨날 손끝이 갈라져 피가 나도,
집안 살림 다하고, 영주의 손에
매일 계절 과일 담은 도시락까지 들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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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주
열여덟살, 고등학생

제주 생. 영주는 제주가 갑갑하다.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동네가 진저리난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빠가 원래 망나니였단 얘기, 결국 엄마가 애 버리고 도망갔단 얘기를 모두가 알고 있는 건지, 집밖에 나서서 학교에 갈 때까지 인사만 백 번 해야하는 이 촌 바닥, 하루빨리 탈출 하고 싶다. 그리고 곧 그날이 다가온다. 이제 곧 스무살이고, 1년만 더 버티면 서울대 의대 입학!

영주는 부동의 전교 1등이다. 그렇다고 타에 모범이 되는 학생은 아니고, 뒤에선 호박씨 까고 잘 노는 날라리다. 반장인 게 학생부에 유리해서 하는 거지, 뒷골목 우두머리가 제 옷이다. 발랄하고 예쁘고 우등생이 놀기까지 잘 하니 따르는 친구도 많지만, 이기적인 면모를 알고 나면 모두들 하는 말 '못된 년' 끼도 흥도 많아 노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나 마지노선은 칼 같이 지켰다. 그게 엄마 없는 아이 소리 듣기 싫은 영주의 자존심이었고, 딸 걱정에 늘 두통약을 달고 사는 아빠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같이 봐 온, 윗집 사는 현이 땜에 영주가 선을 넘을 줄이야. 사실 영주는 알고 있었다.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항상 현이가 계단참에 나와 있다는 걸.

그날따라 비도 오고, 시험도 끝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었나,
부끄러워 내뺄 줄 알았던 현이 대뜸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 tvN 제공
 
정현
열여덟살, 고등학생

제주 생. 사람들은 나약해 보인다고 하지만, 현은 거칠고 힘이 센 게 강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유부단하단 평가도 못마땅하다. 느긋하고 생각이 많고 섬세할 뿐. 부모가 초등학교 때 이혼한 후 마초 같은 아빠와 단 둘이 살며 매일같이 '이 샌님 자식!'란 말을 귀에 인이 박히게 들었지만, 현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자칭 남자라고 하는 아빠는 늘 시끄럽고 남에게 허세나 부릴 뿐. 욕 없이 문장을 잇지 못하는 아빠가 현이 눈엔 그저 무식해 보였다.

그치만 영주가 '너 맨날 여기서 나 기다리지 이 샌님아' 했을 땐 넘어가지 못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대뜸 몸을 뻗어 키스해버렸다. 이상하게 영주 앞에서 만큼은 초인적인 힘이 생겨났다. 하지만, 현은 안다. 아빠인 인권과 영주의 아빠인 호식은, 절대로 우리 사이를 허락할 리 없다. 게다가 영주가 다시 묻는다. 인서울도 아빠들도,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우리가 그렇게 사랑해?

현의 십팔세 인생에 중요한 물음이 던져졌다.

 

에피소드

 

@ tvN 제공

 

노희경 작가의 역대 시청률

전작<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높은 시청률을 잘 이어받아 첫 주부터 7~8%대의 높은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후 7~9%대를 왔다 갔다 하던 중 10회에서 11%를 달성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에 진입했고, 18회에서는 12%를 돌파했다. 

 

 

제주도 방언으로 연기한 색다른 연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주인공들이 적지 않은 대사를 제주방언으로 연기하고 방언에 대한 해석을 자막으로 내보내는 독특한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기존에 쓰이던 방식이 아닌지라 꽤 호불호가 갈린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제작진이 의식했는지 에피소드 초반 이후부터는 자막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전체 에피소드에 자막을 넣으면 시청에 방해가 되므로 초반에만 자막을 넣어 자유롭게 방언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제작진의 배려이자 연출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연출과는 별개로 춘희 역의 고두심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의 제주 방언 연기는 비교적 어색하다는 평이 있다.

또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철저히 외부인(육지 사람)의 관점으로 제주의 상투적인 모습(힐링 명소, 휴양지 등)을 그려왔으나 우리들의 블루스는 왜곡되지 않은 제주도민의 삶과 문화를 조금이나마 반영하여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제작 히스토리

스토리나 연출과는 별개로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등의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원래 제작 예정의 드라마 HERE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해외 로케가 힘들어져 무기한 제작 중단된 상황에서 이병헌의 제안으로 다소 즉흥적으로 기획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이병헌, 한지민, 신민아는 HERE에도 주연 배우로 캐스팅된 걸 감안하더라도) 어떻게 저 배우들을 한 자리에 다 모았나 싶을 정도이다.

물론 대놓고 호화 캐스팅으로 어필한 작품이래도 막상 뚜껑을 까보니 부실한 퀄리티로 대차게 까이고 출연진들의 필모그래피에 크게 먹칠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은데, 이 드라마는 에피소드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편도 있으나 스토리와 연출에 대한 평도 대체로 좋은 편이고 시청률도 잘 나왔다.

 


장애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해석

청각장애인 배우 이소별과 다운증후군 작가 정은혜는 본인들이 당사자로서 직접 연기했는데 다큐가 아닌 창작물에 실제 장애인이 출연한 것은 한국 컨텐츠 사상 유일하다고 봐야 한다. 사실 그간 장애인도 똑같은 사회 구성원이 아니라 보면 눈물 짓고, 연민하고, 불쌍하게 봐야하는 존재로 소비했던게 사실이다. 창작물 뿐만이 아니라 일부 다큐들도 그런 경향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똑같이 생활하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는 여러 장면들과 주요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줬다. 무엇보다 장애인을 바라보던 비장애인 중심적 사회의 시각이 그동안 얼마나 비뚤었는가를 꼬집는 대목도 등장한다. 이렇듯 장애인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에피소드에서는 장애인을 키운 부모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또 하나는 우울증이다. 그간 오랫동안 많은 한국 컨텐츠에서는 이를 갈등의 주요 원인, 사이코패스에 가깝거나 또는 캐릭터가 사회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로만 왜곡해왔던게 사실이다. 또는 처방약에만 의지하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물론 극중에서 신민아가 그 때문에 이혼을 하고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지만(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충분히 일상 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통해 이겨내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겪는 증상은 다르지만 극복을 못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와 은희
1~4화에 동안 이어진 차승원과 이정은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차승원은 가장이 짊어진 무게를 잘 표현했다. 특히 동창회 다음 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바다로 뛰어드는 연기와 은희를 바라보며 죄책감을 가지는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이정은은 평생 간직해온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연기가 뛰어났다. 특히 극중 한수가 떠나고 혼자 호텔에 남아 전화 통화하며 한수를 탓하는 친구들을 혼내는 씬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다.

 


영옥과 정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서울 출신 해녀 영옥과 그녀를 좋아하는 선장 정준의 러브 스토리도 기대감을 받았다. 그리고 14화에서 영옥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존재인 영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 진행에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아픈 언니를 외면하고 싶은 영옥과 속사정을 알고도 영옥에게 직진하는 정준의 마음이 잘 대변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는 정은혜가 영희 역으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고, 영희에 대한 복잡한 마음과 속내를 털어놓는 한지민의 디테일한 연기가 극찬을 받았다. 특히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15화 엔딩)에선 오랜 시간동안 영희가 그려온 그림들을 보며 오열하는 한지민의 연기가 정점에 다다라 많은 이들의 눈물을 쏟게 했다.

 


동석과 선아

이병헌의 연기도 호평이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과 이혼 등의 상처로 우울증에 걸린 선아 역의 신민아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10회에서 양육권 소송에서 진 후 동석의 트럭을 타며 오는 길에 오열하는 연기는 그간 신민아가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차원의 연기라 많은 호평을 얻었다.

 


미란과 은희

엄정화와 이정은의 '워맨스'가 빛을 발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수십년간 친구로 지내오면서도 정작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결국 갈등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두 배우가 잘 표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미 이전의 에피소드에서 완벽하게 은희를 연기하는 이정은은 물론,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해 좋은 연기를 선보인 엄정화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춘희와 은기

하나 남은 막내아들 만수의 교통사고로 유일한 손녀 은기를 맡게 된 춘희의 이야기가 담겼고, 아들의 사고 소식을 알게 된 춘희의 슬픔과 절망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특히나 친아들 만수 역의 배우 김정환이 고두심의 실제 아들임이 알려지며 더 몰입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며느리 해선 역의 민지아 역시 나오는 장면마다 눈물을 자아내 배우가 장면마다 많은 고생을 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한 많은 인생을 탓하며 자식의 아픔을 괴로워하는 고두심의 연기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도배를 이루었다. 아울러 아역으로 호연을 선보인 기소유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옥동과 동석

오랜 기간 쌓인 앙금을 털어내고 마음으로 화해하는 두 모자의 애절한 연기가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대사가 많지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김혜자는 그야말로 '옥동' 그 자체였고 자신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떠난 엄마를 부둥켜 안고 우는 '동석' 역의 이병헌은 그야말로 연기의 신이라는 평. 두 사람의 열연 덕에 마지막회는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어린 시절 동석에게 모질게 대했던 어머니 옥동이 어느 날 양아버지 제삿상에 데려다 달라 말하며 시작되는 이 에피소드는 이제까지 동석을 마냥 괴롭혔다 생각한 어머니의 진심과 개패듯 패던 형제들의 이면 역시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실 그 전에도 옥동이 동석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장면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한 것은 양아버지 제삿날일 것이다. 옥동과 동석 1편에서 동석이 말하길, 자신이 양아버지 집에서 돈뭉치와 금붙이를 훔쳐 달아나려던 날, 옥동에게 함께 가자고 말하자 옥동은 그런 동석에게 도둑놈의 새끼라고 딱 한 마디 하고 만다. 그러나 이후 제삿날에서 동석이 종우에게 도둑놈의 새끼란 욕을 듣자마자 불 같이 화를 내며 동석의 편을 들어준다. 옥동에게도 그날 그 장면은 인생에서 되돌리고 싶은 후회의 순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 종철을 만났을 때 종철은 너도 나도 어려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히 자신이 동석을 때린 것에 대한 사과의 성격보다는, 누나 죽고 한 달도 안 돼서 어머니가 아내가 있는 다른 남자 집에 들어와 살던 너도 힘들었겠지만 우리도 그런 너 못지 않게 힘들었다고 말하는 성격이 짙다. 생각해보면 종우와 종철, 이 둘의 입장에서 옥동과 동석은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자기 어머니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아버지가 다른 집 여자를 데려와 그 아들까지 갑자기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결코 그들이 반가울 리가 없다. 동석을 때린 것이 합리화되거나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석의 어머니가 다른 집 아버지와 결혼해 동침하는 것을 본 동석만큼이나, 어머니가 몸이 불편할지언정 살아있는데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본 종우, 종철이도 많이 힘들었다는 의미다.

 

캐릭터의 입체성

애초에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는 한국에선 그다지 선호되는 방식도 아니고, 성공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블루스는 생동감 있는 여러 캐릭터들이 제각기 스토리의 독립성을 가지며 극을 이끌어나가고 때로는 다른 스토리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면서 자칫 지루해지거나 복잡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굉장히 섬세하고 정갈하게 풀어냈으며 마치 다양한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진다.

또한 노희경의 작품답게 마지막회까지 결방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시청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혼전임신 낙태 묘사 논란

극중 미성년자인 영주와 현의 혼전임신 내용과 관련하여 일부 시청자들은 미성년자 혼전임신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청소년 임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서사의 구태의연함을 지적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별개로 아이를 책임지려는 마음과 함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두 젊은 배우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고 두 인물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박지환과 최영준의 연기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명연기라는 평이다. 작중 감초 정도로 머무를 수 있는 인권과 호식의 서사가 극적인 에피소드로 연출됨은 물론 절정에 다다른 두 사람의 연기로 인해 새로 유입되는 시청층도 많아져 5월 1일에 방영한 8회에서는 9%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특히 최영준의 일상 눈물 연기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다만 일부 지적도 여전한데 애초에 방영주가 병원을 찾은 이유는 출산이 아닌 낙태를 위해서라는 점이다. 낙태 옹호론자들은 낙태를 하러 온 환자에게 아기의 상태를 자세히 알려주고,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유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임에 대한 책임보다는 여성의 신체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드라마에서 청소년 임신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이다. 시청자 대다수는 영주와 현의 행동이 철없는 고등학생의 사랑답다며 넘기는 편이지만 여성 인권에 민감한 단체나 트위터 등지의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가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미화할 뿐 아니라, 여성에게 임신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씌운다며 비판했다. 미성년 임신을 낭만적이거나 희망적으로 그린 것만은 아니고 그 나이에 아이 낳아 키우며 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양쪽 아버지들의 극렬 반대하는 모습, (상대적으로 현실감 없는) 친구들의 찬성 입장을 모두 다루며 중립적으로 다루려고 꽤 노력한 면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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