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당신에게 '미래'와 '사랑'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사랑을 선택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 사진 & 글 SBS제공
드라마 中
현수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을 위해 대책도 없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글을쓰기 시작한다. 정선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 엄마가 끓여준 콩나물 국밥에 위로 받았던 어린 시절 엄마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이런 두 사람은 런닝동호회에서 처음 보게 된다.
정선에게 사랑은 쉽지가 않다.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사랑은 안한다는 심리적 장애가 있다. 그런 정선은 현수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런닝동호회에서 처음 본 현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게 된다. 사랑이 어려운 정선에게 고백이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귀자고 이야기 한다.
현수에게 사랑은 잘 다려진 와이셔츠다. 그런 그녀에게 여섯살이나 어린 정선이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현수에겐, 여섯 살 어린 남자와 사랑하는 건 사회적 시선에서 보면 안 되는 일이라는 사회적 장애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장애와 상관 없이 사랑에 빠졌다.
드라마 작가가 되려고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온 현수는 보조작가로 일하면서 자신의 글을 쓴다. 자신만의 요리로 우뚝 선 요리사가 되려는 정선은 프랑스의 알랭 파사르의 연락을 기다리며 주방에서 보조일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꿈을 이루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둘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정선에게 사랑이 너무 일찍 찾아왔고, 현수에겐 사랑이 조금 늦게 찾아왔다. 결국 현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을 미뤄냈다. 하지만 꿈을 이룬 후 행복하지가 않다.
정선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이 여자 때문에 일 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고 싶다. 계속 다가가는 정선을 미뤄내는 현수에게 더 이상 다가가는게 무리이다. 두 번의 고백을 모두 거절 당했다. 자신을 미뤄내는 사랑 앞에 결국 정선은 프랑스로 떠난다.
나에게 사랑은 너무 하찮다. 그래서 일과 사랑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망설임도 없이 일을 선택 할 것이다.
20대 때는 뜨겁게 사랑도 했었고, 가슴 아픈 첫 사랑도 해봤다.
30대 때는 열과 성을 다해 남편과 아이들을 케어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다.
나이 먹은 40대 현재 나의 일상은 너무 평온하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없다.
때론 40대에 뜨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의 20대 때는 사랑을 회상해 보기도 하지만, 나의 가슴이 설레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시 심장이 뛸 수 있을까?
사랑에도 온도가 있을까? 사랑에 빠지는 최적의 온도는 몇도 일까?
@ 사진 & 글 SBS제공
5년이 지난 후
온정선과 이현수는 다시 만나게 됐다. 이현수가 쓴 드라마에 온정선이 출연하게 된 것이다. 물론 드라마의 주인공은 당연히 아니고, 주인공이 지나가는 현장에서 일하는 주방장으로....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둘은 재회하게 된다. 그 자리에 이현수는 도망을 갔고, 온정선은 다시 만난 현수가 여전히 좋다.
사랑의 온도
요리에서 온도는 중요하다. 국물 요리가 가장 맛있을 땐, 뜨거울 때 60~70도. 차가울 땐 12도~5도 정도다.
각 음식에 따라 최적 온도라는 것이 있다.
사랑에도 최적 온도가 있다.
문제는, 최적 온도가 남녀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온도여야 한다는 거다.
현수와 정선은 타이밍이 달랐다. 서로가 상대에게서 사랑을 인지하는 타이밍이. 좀 더 일찍, 아님 약간 늦게.
현수와 정선이 서로의 사랑을 찾고 이루려는 과정은
지금 이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순간 지나가버리면 당신은 영영 그것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드라마 중
이렇듯 서로 다른 타이밍에 놓쳐버린 사랑을 서로 간직한 채 5년이 지난, 각자의 꿈을 이룬 시점에 다시 만나게 됐다. 이현수는 그렇게 떠나보낸 정선이 그리워 5년 내내 후회하고 아파했다. 그런 첫 사랑을 다시 만난 시점 정선에게 다시 다가가려고 하자, 정선은 오히려 과거에 미안할 필요 없다며 현재가 중요하다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자고 한다.
그런 냉정한 정선에게 현수는 사랑을 고백하고, 정선은 좋으면서 한편으론 자신에게 확신을 주지 않는 현수를 믿고 사랑을 시작하기에 자신이 없다. 이 사실을 현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현수는 정선을 배려하지 않는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여수로 놀러간 둘 은 다시한번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둘은 사귀게 된다.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온도에 엇갈리기만 한 감정
정선은 현수에게 완벽한 사랑을 하고 싶다. 완벽하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정선의 아킬레스건인 가정사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닥친 문제에 대해 공유하고 싶지 않고, 해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선에겐 그런게 사랑이다.
현수는 정선과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현수는 매사 긍정적이다. 그래서 정선의 엄마도 자신의 인생에 받아들였다. 정선에게 닥친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가고 싶다.
정선은 참고 참았던 감정을 못이기고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다. 놀란 현수는 그런 정선에게 같이 살자고 고백한다. 정선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자신을 불안해 하는 현수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거절당한 현수는 슬슬 불안하고 눈치보게 된다. 그러면서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랑을 하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며 사랑받기를 원하는 현수와 노력하고 있다는 정선은 서로 다른 사랑에 대한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정선은 그런 현수를 위해 고백을 하지만, 현수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정선은 현수에게 "미안해,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라고 하지만, 현수는 "내가 문제"라며 끝까지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어"
정선과 현수는 오랜만에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정선은 서먹함을 이겨낸 후 "함께 샐로운 곳으로 가자"며 제안을 하지만, 현수는 제안을 거절한다.
정선은 6개월간 홍콩으로 가게 되었고, 현수는 "에어스테이크를 먹는 남자" 드라마를 찍게 되었다. 드라마를 위한 대본 수정작업 중 5년 전 같은 상황이었음을 깨달은 현수는 자신이 정선에게 한 사랑이 잔인한 사랑이었다는걸 느낀 순간 또 후회할까봐 정선을 찾아 나선다.
정선은 이번에 떠나게 되면 다시는 현수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 홍콩으로 가려던 중 현수를 만나러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둘은 그렇게 계속 사랑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고 다시 만나게 된다.
10번 이상 본 드라마도 나이에 따라 느끼는 사랑의 온도가 다르다.
6년 전 30대 초중반에 이 드라마를 처음 보게 되었다. 처음 본 드라마에 가슴이 뛰어 편성 시간이 다가오길 매주를 손꼽아 기다렸고, 방송 종영 이후에는 다시보기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 돌이켜 보면 그 나이 그땐 온정선의 지고지순한 한결같은 사랑이 너무 설레서 두근 거렸던 것 같다.(홍아만 바라보는 이 남자 최원준의 사랑도 너무 설렌다.)
그 후 5년이 지난 시점 문득 이 드라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보기를 찾기 시작했다. SKT에 가입되어 있는 우리집 홈에선 회차당 2,200원을 내야 다시보기를 볼 수 있다. OTT스트리밍을 찾아 봤더니 웨이브에서 스트리밍 중이라 바로 가입해버렸다. (물론 SKT회원은 할인 해준다는 영향도 없지 않아 있었음.)
마흔하나가 된 현재 다시보니 온정선과 이현수의 사랑이 가슴이 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과 사랑 중 선택하라고 하면 여전히 일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 앞에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간 온정선을 기다리기 보단 모든게 완벽한 잘다려진 와이셔츠 같은 박정우를 선택할 것이다.
오히려 현수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너무 보기 좋고 설레게 했다. 우리네 항상 이야기 하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의 역할, 마음, 희생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닌, 자식들 보단 평생 같이 살아야 할 사람과 알콩달콩 나누는 사랑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앞으로 살아갈 나의 앞날의 로망이여서 인것일까? 아님 그런 삶을 희망하기 때문 인 것일까?
이 처럼 신기하게도 연령대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진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그 나이 때에 볼 수 있는 시각적 요소들과 감정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다양한 시청률이 나오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난 드라마를 한 번 보고 끝내지 않는다. 처음 봤을때 나를 설레게 하거나 인상 깊었다 싶은 드라마들은 정말 보고 또 보고 한다. (아들이 보고 "또 보냐고" 타박 줄 정도로 본다.)
난 분명 이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봤고, 그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 다시 봤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같은 드라마에 다른 사랑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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