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방영일자 : 2025년 3월 1일 ~ 2025년 4월 6일 / 12부작728x90
방영시간 : 토 · 일 / 오후 09:20 ~
연출 : 강일수, 심재현
극본 : 김호수
제작 : CJ ENM 스튜디오스, 초록뱀미디어
출연 : 이선빈, 강태오, 이학주, 김가은, 신현승 外
스트리밍 : NETFLIX, TVING
❝약간 나사 빠진 어른들의 하나도 안 풋풋한 로맨스❞
나, 강원도 모처에 거주 중인 30대 중반 여성 김 모 씨!
첫사랑 첫키스 첫날밤 그런건 다 십수 년 전에 진즉에 해치우고,
연애라는 환상에 약발 떨어진 지 좀 된 어른입니다.
이 나이쯤 으레 그렇겠지만, 테레비 보면서
종종 콧방귀를 껴요.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땐 벚꽃 같은 거 휘날리지도 않고,
첫눈도 내리지 않잖아요.
손 그거 좀 닿았다고 얼굴이 붉어지다뇨?
다른 게 닿았으면 또 모를까!
그런데요. 아무래도 이런 나의
심드렁 삐쭉한 태도가 에로스의
심기를 건드렸나 봅니다.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됐어요.
대단한 낭만이면 말도 안 해요.
대관령의 지옥 불볕 아래 땀 뻘뻘 흘리며
논밭을 쏘다니다가 스르르,
회식하고 얼굴 벌게져서 화르르,
돌풍 속에서 비닐하우스를 고치다가 덜커덩.
이게 대체 무슨 후줄근한 봉변이죠?
아무튼 요즘 내 심정은 이래요.
에라이, 길 가다 자빠져 코나 깨져라!’ 말은 하는데,
정말 그 인간이 넘어질 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잡아줄 것 같아요.
아유, 알아요. 나 이상한 거!
그런데 날 손가락질 하기 전에
좀 솔직해져 봅시다. 모두의 역사에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잖아요.
디테일은 좀 다르지만,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쌩(生) 날(Raw) 사랑 이야기요.
조만간, 아주 큰 불구경을 할 것 같단 예감이 들어요.
아무래도 불타고 있는 게 제 인생이겠지만요..!
❝결국 우리는 모두 감자다❞
제 이름은 알 거 없고, 그냥 S입니다.
분석 및 평가에 특기가 있고, 꽤나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덕분에 인간미 없다는 뒷말도 종종 듣는데,
저로서는 의아할 따름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숫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 간단한 수식을 왜 이해들을 못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저의 합당 타당한 메커니즘에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원흉은 감자연구소입니다.
감자를 모른다고 바보 취급,
시골 생활을 모른다고 촌놈 취급입니다.
더 황당한 건, 날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감자 앞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진지해진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저는 감자보다 못한 존재다 이거죠..
(절대 이 악문 거아닙니다)
감자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별 볼 일 없습니다.
예쁘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고, 어딜 가나 널려있는
그놈의 감자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닫게 됐습니다.
감자에게서 사람이 보입니다.
빛나지 않아도, 주목받지 않아도,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별 볼 일 없이 평범한 존재들이
세상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분하지만 인정합니다.
저는 감자보다 키만 컸지,
다를 거 하나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다들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우리 모두 감자입니다.
‘내가 감자라고?’ 발끈하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시죠.
이건 (아마도) 세계 최초 감자 드라마이기에 앞서,
어쨌든 우리의 이야기라는 뜻이니까요.
때로는 따끈하고, 때로는 포슬포슬하게 말이에요
인물관계도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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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이 명함을 내밀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그렇다. 하나. 감자연구소라는 데가 있어요? 둘. 감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있다. 저 멀리 강원도 평원군 산 높고 물 맑은 곳에 덜렁 지어진 연구소가. 하루는 장화 차림으로 대설령 논밭에서 구르고, 하루는 비닐하우스에서 흙 파헤치며 구르고, 가끔 가운 입고 무균실에서 이과 기분을 내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선녀식품 산하 감자연구소의 연구팀 대리. 농사도 짓고, 감자칩도 튀기고, 보고서도 쓰고, 품종 연구도 하는, 작고 귀여운의 월급의 머슴. 12년차 직장생활 짬밥이면 적당히 내뺄 법도 한데 마냥 우직하다. 회사 욕을 달고 살면서 일은 제일 열심히 한다. 트렁크에는 삽과 곡괭이 등의 농기구가 가득하고, 옆좌석엔 미처 읽지 못한 논문들이 쌓여있다. 그 차를 끌고 전국 방방곡곡 감자 사찰도 다니고, 논두렁에 PPT 틀고 농민 교실도 연다. 연구소 비상사태에는 자다가도 벌떡 튀어나오고, 후배의 실수는 뻔뻔하게 내 잘못이라고 뒤집어쓴다. 금연 중이라 좀 퉁명스러워서 그렇지, 알면 알수록 마음이 곧고 넓은 사람이다. 특히 감자에 대한 사랑은 수심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대체 어떤 눈치없는 신이 내 소원을 들어준 건지! 망할 놈의 회사가 진짜 망해버렸다. 심지어 (구)남친과의 악몽으로 얼룩진 (구)직장 원한리테일이 새로운 나의 주인님 되신단다. 갑작스러운 인수 합병 소식, 사무실 외벽에 걸리는 원한의 간판, 감자연구소의 향방에 대한 소문,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나쁜 것들과 함께 백호가 왔다. 감자연구소의 새로운 소장이자, USB 게스트하우스 B동의 손님, 소백호. 단언컨대 피도 눈물도 없는 개자식이다. 정식출근도 하기 전에 우리의 정신적 지주인 홍소장님을 날려버리고, 감자에는 개뿔 관심도 없으면서, 매사 맞는 말로 따박따박 나를 이겨먹는다. 가뜩이나 더러운 미경의 성질머리에 불이 붙는다. 좀 치사할지언정 갖은 방법으로 텃세를 부려 혼꾸녕을 내주자고, 그래서 저 원한 놈한테서 연구소를 지켜내자고! 홀로 비장한 결의를 맺었다. 그런데 왜.. 왜 난 저 개자식에게 키스를 갈겨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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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를 하면 ‘S.E.X.Y’가 나올 것 같은 근사한 남자.
훤칠하다. 목소리도 나긋하다. 무심할 땐 우수에 차 있지만, 또 슬쩍 미소 지으면 첫사랑이 떠오를 만큼 해사하다. 심지어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좋은 냄새까지난다. 마치 로맨스 소설 표지에서나 볼 법한 치명적인 이사님의 현신. 그러나 신이 외모에 몰빵하다 지친 나머지, 미처 인간의 하트를 주지 않고 이 땅에 내려보낸 일종의.. 아름다운 쌍놈.
원한리테일 역대 최연소 임원이라는 화려한 이력과 다르게 여러모로 심플하다. 옷도 살림살이도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고 있는 데다가 모두 무채색. 이렇다 할 사생활도 없고, 친구도 없고, 싸가지도 살짝 없는데, 인정머리는 더더욱 없다. 사람을 볼 땐 플러스마이너스가 전부다. ‘조직혁신 담당 이사’라는 아리까리한 직함의 정체도 바로 그것이다. 이 팀이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지, 이 직원의 연비는 얼만큼인지, 다분히 수학적인 판단으로 팀을 뜯어고치고 인력을 재편한다.
계열사 여러 곳을 돌면서 공중분해 시킨 부서가 열 손가락을 넘어가고, 정리해고 당한 직원들만 몇 트럭이다. 그중 몇몇은 백호 앞에 무릎도 꿇고 욕지거리에 멱살잡이도 했지만, 백호는 물러난 적이 없다. 내 결정은 합리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개 뻣뻣한 자본주의 저승사자로 살아가던 백호는, 감자연구소의 구조조정을 맡게 되며 아수라장 한복판에 내던져진다. 이곳은 무언가 잘못됐다. 연구소도, 영을리도, 백호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연구원들은 서로의 연애사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과하게 친밀하고, 영을리 주민들은 집앞 도로가 자기 땅이라며 통행료를 뜯어간다. 평정심이 가장 큰 무기인 백호에게, 자꾸 객기와 오기가 치솟게 한다. 각종 사건 사고로 체면을 구기는 건 덤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나쁜 것들의 중심에 미경이 있다.감자연구소의 고인물 대리이자, USB 게스트하우스 A동에 사는 옆집 사람, 김미경. 문제적인 여자다. 동네에서는 이장 패거리에 붙어 텃세를 부추기고, 연구소에서는 직원들을 끌어모아 타도 소백호 세력을 이끈다. 관련 학위도, 내세울 성과도 없는 비전 문가가, 이 일 저 일 다 건들며 바쁜 척만 한다. 상사에 대한 태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무조건 해고 1순위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여자와의 키스가 싫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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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리테일 기획전략실 전무이자 왕회장의 사위. 거기에 능구렁이 같은 처세술 한 스푼, 5G급의 빠른 눈치가 두 스푼 더해지니 그야말로 사내 정치의 중심이요, 실세 되시겠다.
멀끔하면서 적당히 친근감 있는 외모에, 소탈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모두에게 호감을 사지만 딱 한 명, 미경에게는 ‘박개새’라 불리며 하극상의 대상이 된다. 역사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미경과는 원한 입사 동기로, 꼬박 6년을 만났다. 서로 부모님 집까지 드나들 정도로 끈끈했지만, 기세의 배신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별통보는 회장 딸의 이름이 적힌 청첩장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신데렐라가 되고 6년 후. 다시 원한리테일 소속이 된 감자연구원 미경을 마주한다. 과거사에 발목이 잡힐까 껄끄러운 마음 한켠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난다. 커리어우먼 꿈꾸던 애가 그런 깡시골에서 흙 묻히며 일하는 것도 영 찜찜하고, 그 나이에 만년 대리인 것도 신경 쓰인다. 미련이 남은 건 절대 아닌데, 아주 살짝.. 내 양심에 찔리는 것도 같다.
그래서 조금은 도와주고 싶었다. ‘승진시켜줄까?’ 호의를 내비쳤다가 정강이를 까였다. ‘샴푸 냄새 그대로네’ 칭찬했다가는 멱살을 잡혔다. 그동안 어디서 주짓수라도 배워온 게 틀림없다. 왜 잘해줘도 난리냐고! 뭣보다 더 짜증나는 건, 친한 동생 소백호와 김미경 사이에서 자꾸 스파크가 튄다는 것이다. 저건 쌈을 가장한 썸이다. 더럽게 헤어지긴 했지만, 김미경 표정만 봐도 생각을 읽는 나다. 김미경이 소백호를 좋아하고 있다. 하필 눈엣가시 같은 그 자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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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갓집에서 미경이보다 더 크게 울었던 남의 딸. USB 게스트하우스 A동의 무전취식자 겸 미경의 베프 겸 웹소설 작가다.
미경과는 같은 동네, 같은 초등학교 출신. 피구 시합에서 금을 밟은 문제로 시비가 붙으며 안면을 텄다. 근방에서 교수로 이름 좀 날리는 부모님과 강북을 주먹으로 평정한 오빠들 덕분에 9살 평생을 순탄하게 살아온 옹주는, 이날 처음으로 머리채를 잡혀봤다.
그리고 아직도 그때를 내가 다시 태어난 순간으로 추억한다. 두피가 뜯기는 고통 속에서, 알을 깨는 해방감을 맛봤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날 이후로 옹주는 더 이상 공주님 드레스를 찾지 않았다. 대신 미경과 운동장에서 흙먼지 날리도록 뛰어다녔다.
놀다 배가 고프면 미경의 집에 가서 밥을 먹었고, 옷이 더러워지면 미경의 옷을 빌려 입었다. 뭐든지 얘기했고, 뭐든지 함께 했다. 그렇게 붙어먹은 세월이 어느덧 이십몇 년. 이제는 친구라기보다 부부에 가깝다. 미경이 강원도로 간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다음날 짐 싸서 따라 내려왔을 정도다.
게하 밖으로 외출도 거의 없는 데다 행색도 추레한 탓에 환경과 세트로 동네 백수라는 오해를 사지만, 사나운 말발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고 있는 은둔 현자다. 특히 미경의 마음을 읽는 데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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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의 막냇동생이자 ‘USB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 게스트하우스인데 게스트가 없어서 사실상 그냥 하우스를 지키고 있다.
아빠가 절에 들어가며 나눠준 재산으로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됐다. 청춘을 회사에 갇혀 보내고 싶지 않다는 포부는 좋았으나.. 불행히도 환경에게는 사업 감각이라는 게 없었다. 땅값이 싸단 이유로 볼 거 개뿔도 없는 영을리에 게하를 세운 것부터가 실수. 사람 좀 끌어보겠다고 유동 인구 1도 없는 게하 일 층에 카페를 개업한 건 더 큰 실수. 간간이 들어오는 어르신들의 커피 배달과 심부름 값으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으나, 환경의 통장 잔고는 에탄올처럼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건, 그런 속세의 사정을 별로 신경 안 쓰는 성격이라는 점이다. 별생각 없다. 계곡에서 발 담그고 놀다가 호박잎 삶아서 밥 싸 먹고, 평상에서 구름 생김새를 구경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찌나 관대하고 느긋한지, 기껏 심어놓은 허브들을 뒷산 고라니가 내려와 죄다 갉아먹어도 ‘뭘 좀 아는 녀석들이군?’ 하며 웃어넘길 정도다. 카페에서 커피 두 잔만 시켜도 과자를 퍼다 주고, 마을 발전기금도 꼬박꼬박 납부한다. 덕분에 동네에서 마음씨 넓은 청년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그 말 뒤에 호구라는 뜻이 숨겨져 있는 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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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의 유일한 친구이자 기세의 전 아내. 육신도 정신도 자유분방한 히피. 모종의 이유로 방랑 생활이 수년째. 이리저리 외국을 쏘다니며 내키는 대로 살다가 USB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됐다. 처음엔 그냥 며칠 소백호랑 같이 놀 생각이었는데, 지내다 보니 이곳의 풍경도 바람도 다 마음에 들었다.
넘치는 친화력과 밝은 성격으로 게하 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딩가딩가 우쿨렐러 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아무때나 먹고 자면서 속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 는 것 같지만! 실은 기세에게 받은 상처가 무지하게 크다. 홀연히 집을 나온 것도, 아무런 말도 없이 이혼 소장을 날린 것도, 이유만이라도 알려달라 애원하는 기세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고문하는 것도, 전부 기세의 그 한마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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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설립부터 함께 한 고인물 중의 고인물. 대학원에서 감자 전공으로 박사까지 받은 국내 감자 연구의 산증인이다. 등산복 잠바 입고 핸드폰으로 바둑 영상 보고 있을 땐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인데, 견문으로 따지면 이쪽 바닥에서 알아주는 백과사전. 젊어서 라인을 잘못 타는 바람에 중앙조정까지 못 나아가고 변방에 정착했다.
아직도 잘 나가는 동기 놈들이 외국 나가서 기념사진 찍어오고 지역방송 인터뷰하고 그러면 배가 아프다. 그래도 감자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컨퍼런스 때마다 만나는 다른 농작물 연구소 사람들과 늘 신경전을 벌인다. 뭐 옥수수며 고구마며 자꾸 지네가 최고라고 그러는데, 무슨 잡소리인지 원! 어디서 간식거리들이 주제 모르고 덤비는지 모르겠다. 약간의 꼰대 끼와 성질머리가 있지만, 나름 21세기를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팀원들과 사이는 좋은 편이다.
특히 감자에 진심인 미경과 손발이 잘 맞는다. 이전 상사인 홍소장과는 퇴근 후에 형님 아우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 형님 퇴직하면 소장 자리는 당연히 내가 물려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 자리를 꿰찼다. 기분이 심히 언짢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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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이 속해 있는 연구소 내 ‘포테이토 갱’의 리더. 비혼주의자가 되고 싶은 유부녀다. 집에서도 감자 반찬은 안 해 먹고, 입버릇처럼 ‘지겨와..’라는 한탄을 달고 산다. 열정은 고갈된 지 오래, 배운 게 이거밖에 없어서 도망도 못 간다고 자조적인 농담을 즐긴다.
그래도 연구 쪽으로 쌓아온 평판도 있는 데다가, 강원도 농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강원대의 적통 출신이라 여기저기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사실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도 여러 번 받았었는데, 이 나이에 가긴 어딜 가냔 핑계로 감자연구소에 버티고 있다. 그만큼 연구소에 애정도 많고, 팀원들도 많이 아낀다. 부부장의 꼰대 모멘트가 튀어나올 때마다 나서서 제지하며, 지금의 팀워크를 만들어 온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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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패션을 즐기며 외모관리에 정성을 쏟아붓지만 딱히 태는 안 나는 비운의 힙스터. 일에는 크게 욕심이 없고, 그냥 떠들고 놀고 먹는 재미로 출근한다. 후배들한테 할일 미룰 때는 영락없는 얌체인데, 유들유들 넉살 좋고 싹싹해서 미움은 안 산다. 손짓 하나에도 품위가 묻어나는 백호에게 첫눈에 반해, 호시탐탐 오른팔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 연구원으로서의 가장 큰 목표는, 언젠가 백호를 데리고 백화점 쇼핑을 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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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이토 갱’의 막내이자, 연구팀 YB 라인인 ‘장충동’의 첫째, 매너리즘 직빵으로 맞은 7년 차 직장인. 틈만 나면 이직을 알아보며 연구소에서 도망칠 타이밍을 노리고있다. 뚱해 보이지만 의외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툭툭 말도 잘 걸고, 필요한 자리에서 총대도 멜 줄 안다. 사실 수틀리면 때려치우겠노라 다짐한 지 오래라 직장에서 무서운것도 별로 없는 상태다. 천하의 부부장도, 장대리가 인상 쓰고 있는 날엔 조용히 외근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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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3년 만에 막내에서 벗어난 연구소의 (구)막내. 종종 고과장보다 선배 같을 정도로 성실하고 의젓하다. 후배가 생겨서 내심 기뻐했는데 어디서 조증 걸린 망아지가 들어왔다. 매사 담담하고 과묵한 충현과 매사 호들갑에 엉뚱한 희동은 환장의 케미를 자랑한다. 하필 책상도 옆자리인 데다가, ‘장충동’이라 싸잡혀서 같이 하는 심부름도 많다.
요즘은 내가 연구원과 베이비시터를 겸직하고 있나 싶다. 극강의 INFP로 낯도 많이 가리고 속으로 온갖 걱정과 근심을 다 안고 사는 소심인데, 고과장에게만은 묵직하게 한방씩을 날린다. 고과장은 그게 충현의 유머라 생각하고 웃어넘기지만 천만의 말씀. 충현은 입사 첫날 고과장이 넥타이를 비웃은 일로 아직도 좀 삐져있는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삐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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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턴. 24시간 에너지도 웃음도 넘치는 쾌남. 상상 이상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고 눈치도 없어서, 툭하면 팀원들을 얼빠지게 만든다. 그래도 천성이 밝고 건강해서 본인은 스트레스없이 해피하게 직장 생활하는 중. 여기저기 치대면서 우하하! 푸하하! 웃느라 바쁘다. 그리고 정말 의외로,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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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 삼 남매의 아버지. 경기도의 한 사찰에서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불문에 들기 전에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밖으로 나도느라, 애들 엄마 몸에 병이 자라는 것도 몰랐다. 아내는 그런 나한테 원망 한번 없이 죽기 전까지 애들 밥걱정만 했다. 그래서 아내가 떠난 후에 매일 아침 삼 남매에게 뜨끈한 밥을 먹여 학교를 보냈다.
야근이며 회식에 눈이 핑 돌 만큼 피곤해도 하루를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애들을 키워 막내 환경이가 스무 살 되던 해, 나도 내 삶을 살겠다며 출가했다. 친권을 포기하면서 가족끼리 끌어안고 엉엉 울었지만, 속 깊은 내 새끼들은 내 선택을 이해해줬다. 이제 더 이상 법적으로 아버지는 아니지만, 종종 애들과 전화도 하고 안부도 나눈다. 미경은 가끔 이 먼 곳까지 와서 내 얼굴을 보고 간다. 말로는 절밥이 먹고 싶어서 왔다는데, 그게 아빠한테 칭얼대는 미경만의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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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연구소의 전 소장. 맷집 있어 보인단 이상한 이유로 미경을 뽑은 당사자다. 아직도 가슴속에 소년의 감수성을 품고 있는 낭만주의자. 퇴직은 했지만, 연구소 전직원들과 친목이 두터운데다, 농가 관리 쪽으로 잔뼈가 굵어 여전히 연구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경의 비밀 프로젝트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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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손손 영을리에 자리 잡고 살아온 토박이. 옆집 정덕이네 개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지 알 정도로 동네 사정에 훤하다. 한때는 영을리의 청년회를 이끌며 귀농인들 돕기에 앞장섰지만, 몇 번 법정 공방까지 겪고 난 후 외지인이라면 학을 뗀다.
유 어쩌고 펜숀 사람들은 요즘 것들답지 않게 싹싹하고 유도리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거기 투숙객으로다 들어온 소백호란 놈이 매우 거슬린다. 서울 살다 왔다고 우리 마을을 아주 물로 보는 것 같다. 변 씨는 지금 밭일이고 뭐고 백호를 한번 꺾어봐야겠단 생각에 혈안이 되어있다.
뒷이야기
강일수 PD와 김호수 작가는 2016년 〈솔로몬의 위증〉, 2019년 〈신입사관 구해령〉에 이어 세 번째로 협업한다. 강태오의 군 전역 후 복귀작이고,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이후 4년 만에 tvN 드라마에 출연한다. 이선빈은 〈술꾼도시여자들2〉 이후 2년 만에 tvN 드라마에 출연한다. 이학주는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에 이어서 tvN 드라마에 출연한다. 신현승의 tvN 드라마 첫 주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