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미스터리
감독 : 안태진
각본 : 현규리, 안태진
출연 : 류준열, 유해진 외
제작 : 씨제스 스튜디오
스트리밍 : 디즈니플러스
2022년 11월 23일 개봉한 한국 영화.
궁중 미스터리 장르로, 인조와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팩션(Fact+Fiction)영화다.
그날 밤, 세자가 죽었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는
어의 ‘이형익’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아들의 죽음 후 ‘인조’의 불안감은 광기로 변하여 폭주하기 시작하고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로 인해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등장인물
천경수 (류준열 扮)
맹인 침술사. 정확히는 완전한 맹인은 아니고 빛이 없고 어두운 곳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주맹증 환자인데, 낮에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하는지라 사실상 맹인으로서 살고 있다. 본인도 대외적으로 맹인으로 사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동생 경재와 함께 낡은 초가집에서 살며 동네 침술집 조수로 일하고 있던 중, 이형익에게 발탁되어 궁궐의 내의원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소현 세자와 그의 아들 원손과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다 사건이 일어난 밤에 모든 진실을 본 유일한 목격자가 되는데 자신이 본 걸 말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사실 주맹증이라는 것만 빼면 정말 모든 분야에서 능력을 지닌 먼치킨형 주인공이다.
인조 (유해진 扮)
조선의 제16대 왕. 소현세자의 아버지. 8년만에 극적으로 재회한 아들을 단 며칠만에 떠나보내자 분노에 휩싸여 화병으로 마비 증상까지 보이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범인을 찾아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라고 결의하며 모든 궁궐문을 폐쇄한다.
분노하는 모습은 모조리 연기였고, 사실 본인이 소현세자를 살해한 진짜 배후였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로 볼모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청나라는 서양의 신문물을 받아들여 현재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라며 청나라와 가깝게 지내야한다고 말하지만, 8년 전의 일을 잊을 수 없었던 인조는 이미 쇠해버린 명나라와 가깝게 지내야한다고 주장하며 세자와 대립한다. 결국 최 대감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에서 세자를 끌어들여 청나라와 손을 잡아야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인조는 어의 이형익을 불러 소현세자를 암살할 것을 지시한다. 이후 소현세자는 이형익의 독 묻은 침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밤에만 시야가 희미하게 보이는 천경수가 이형익 옆에서 살해현장을 목격했던 것이다. 또한 이형익이 범인임을 고하러 온 강빈을 두고 인조는 이형익에게 칠칠치 못한 놈 이라고 책망한 뒤, 경수가 보고 있는 앞에서 강빈의 집안에서 가져온 전복탕을 이용해 또다른 목격자인 기미상궁도 직접 죽인 뒤 강빈에게 왕 시해 누명을 씌워 한번에 두명을 보내버리는 철두철미함까지 보인다. 유일한 오판이 있다면 이때까지도 경수의 눈이 보인다는 것을 몰랐다가 후반에야 겨우 알아챈 점,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그를 미리 제거하지 않은 것. 이 때문에 후반부에는 결국 폐위 직전까지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대감에게 싹싹 빌어가면서까지 겨우 극적인 타협을 끌어낸 덕에 진상을 은폐하는 데 성공하고,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겨우 끄고 왕좌를 겨우 지킨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왕권은 땅에 추락하는 지경에 이른다.
마지막에는 무늬만 왕이 되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침(타액)을 질질 흘리는 반쯤 미친 모습으로 묘사되며 결국 돌아온 천경수에게 침을 맞고 사망한다. 경수는 인조가 소현세자를 은폐했던 것과 똑같이 학질로 사망했다고 말하면서 복수를 한다.
기본적으로 피해망상과 광기에 사로잡혀 자식은 물론 손자마저 제 손으로 죽인 악역이지만, 동시에 여러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소현세자가 8년만에 무사히 복귀했을 땐 잘 돌아왔다고 다독여 주었으면서도 그가 자신에게 굴욕을 준 청나라에 어느 정도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자 그의 독살을 직접 지시할 정도로 비정한 모습을 보이고, 그렇게 세자를 독살한 후 죽어 있는 시체를 끌어 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 모습이 정말로 비통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는 후에 등장하는, 진실을 알고 다시 보면 묘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는 분노하는 장면과 극명히 대비된다.
원손의 과거 회상에서도 붓글씨를 못 쓴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원손에게 오른손잡이면서 왼손으로 붓글씨를 쓰면서 '할아버지도 글씨 참 못 쓴다'라고 장난을 치는 등 살갑게 지내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 모습만 보면 평범하게 돈독한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보이며, 결코 원손하고는 남처럼 지낸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피해망상과 광기에 빠져 입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던 아들 소현세자와 아무 것도 모르는 손자 원손 모두 사실상 직접 죽음을 맞이하게 만드는 모습, 그리고 천경수에게 침을 맞아 죽기 직전까지도 광기에 차 자신이 왕이라고 흐느끼는 모습은 제 자식과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분명 있음에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람이 얼마나 비정해지고 말았는지를 통감하게 한다.
이형익 (최무성 扮)
내의원의 어의이자 경수, 만식의 상관. 장님이라 모두가 무시하던 경수의 실력을 알아보고 그를 전격적으로 발탁한 은인이기도 하다. 창문에 상처를 입고 도망가는 의문의 인물을 목격하고 소현세자의 사망을 알리게 되면서 사건의 신호탄이 된다.
소현세자와 정치적 갈등을 겪던 인조가 이형익에게 소현세자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즉, 소현세자를 살해한 진범. 공교롭게도 이형익이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방 안의 불이 전부 꺼져있었는데, 덕분에 경수는 눈 앞에서 소현제자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걸 보면서 질겁해야 했다. 사실 본인은 소현세자의 사망을 알릴 생각은 전혀 없었고 되려 아침까지 들키지 말아야 자신도 의심에서 벗어나는 입장이었는데, 경수가 일대 소란을 일으키면서 소현세자의 사망이 너무 일찍 알려지면서 자신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형익이 봤다던 '상처를 입고 도망가는 인물'도, 사실은 살인을 목격한 후 뒤늦게 세자를 구하러 가긴 했지만 이미 때가 늦어 형익의 독침만 급히 가져온 경수의 뒷모습만 보고 대충 덮어씌웠던 것. 이후 인조와 소용 조씨가 배후에 있음이 드러나면서 애초에 경수를 발탁한 것도 맹인인 경수가 음모를 목격하기 어렵기 때문에 데려왔다는 것도 언급된다. 경수의 은인이지만 좋은 의도로 발탁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었으며[8] 이후 원손을 소현세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하려다 이를 듣고 궁궐 문에서부터 뛰어온 경수에게 격투 끝에 왼눈에 독침 수 대를 맞고 쓰러졌다. 결국 독침으로 사람을 죽이던 이형익은 스스로의 독침에 당하고 만 셈이 되었다.
최 대감 (조성하 扮)
조선의 영의정. 청과 유대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여 인조에게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최 대감 또한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적대하고있다.
애초에 인조반정으로 인조를 왕위에 오르게 한 장본인이며, 이후에 다시 왕을 몰아낼 반정을 일으키나, 인조와 '소용 조씨의 자식을 제외한' 남은 자식들 중에 세자를 세운다는 타협을 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더 강화한다. 결국 나라를 멋대로 움직이는 비선실세의 모습을 보이며 소현세자 독살사건을 학질에 의한 병사로 은폐한다.
영화에선 아무래도 인조의 광기가 더 부각되었고 최 대감이 살인에 가담하진 않아서 그렇지, 이 쪽도 인조 못지않게 자기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사건을 덮어버리고 소현세자 집안을 박살낸 비정한 악당이다. 마지막에 죽음으로서 대가를 치룬 인조와 달리 이 쪽은 결말까지도 어떠한 타격도 받지 않았으니, 어찌보면 경수 이상의 최후의 승리자.
만식 (박명훈 扮)
내의원의 어의이자 경수의 상관. 허당에다가 개그 캐릭터긴 하지만 짬때리기나 하는 다른 선임들과는 달리 앞이 안 보이는 경수를 잘 챙기는 선량한 면모가 있다. 강빈 밑의 상궁 한 명을 짝사랑하고 있다.
소현세자 (김성철 扮)
인조의 아들이자 강빈의 남편, 원손의 아버지. 병자호란으로 인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으며, 거기서 8년간 명나라가 망하는 것을 지켜보고는, 서양에서 수입된 청나라 신문물들을 가지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시(밤 12시)경 누군가에 의해 눈, 코, 귀, 입에서 모두 피가 흘러내리는 참혹한 상태로 살해당하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인 인조에게 살해를 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극 중 행실을 보면 맹인인줄 알았던 경수가 사실 밤에는 희미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비밀로 해줬을 뿐더러 청에서 가져온 확대경까지 선물을 해주며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소용 조씨 (안은진 扮)
인조의 후궁. 어린 아들이 있고 후계 문제가 있어서 소현세자네를 경계한다.
인조와 함께 소현세자를 독살한 공범이자 배후이다. 극 중 강빈의 집안에서 가져온 전복탕을 이용해 인조가 강빈에게 누명을 씌우는 장면에서 먼저 발벗고 나서 강빈을 끌어내라 소리치는 모습을 통해 악독한 면모를 보였다.
인조가 쓴 서찰이 담긴 비단 보자기를 소용 조씨가 이형익에게 직접 건네는 장면이 극 중 초반에 등장하여 소현세자가 조선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독살을 꾸몄을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소용 조씨가 소현세자 독살의 배후임을 암시했다.
강빈 (조윤서 扮)
소현세자의 아내이자 원손의 어머니. 세자와 함께 8년 동안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는데, 며칠이 되지 않아 세자의 사망 소식을 마주하게 된다.
세자 살해의 목격자였던 경수로부터 진실을 알게 된 뒤 인조를 직접 찾아가 이형익의 짓이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때 인조의 침을 놓던 경수가 인조의 등에 꽂힌 침의 미세한 떨림과 인조의 말로 인조가 살인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강빈 또한 알게된다. 인조가 즉석에서 급조한 왕 독살 누명을 쓴 채 옥에 갇힌다. 결국 사약을 받아 처형당하고 집안까지 풍비박산나게 된다.
그 외의 인물들
석철 (이주원)
인조의 손자이자 소현세자, 강빈의 아들. 나이는 10살. 어릴 때 부모가 청나라에 끌려간 통에 8년간 얼굴을 보지 못했으며, 그래서인지 비슷한 과거를 가진 경수와 친하게 지낸다.
옥에서 만난 어머니 강빈의 뜻에 따라 반정에 가담하고 할바마마의 왼손 글씨체라는 중요 단서도 찾는다. 하지만 인조와 최 대감의 타협 이후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건강이 악화돼 어린 나이에 쓸쓸히 숨을 거두게 된다.
천경재 (김도원)
경수의 동생. 형과 함께 낡은 초가집에서 단 둘이 살고 있다. 나이는 10살. 심장병을 앓고 있다.
내금위장 (정석원)
인조가 소현세자를 살해한 배후라는 것을 알게되곤 반정을 일으키는 세력에 가담하게 되지만, 최 대감이 인조와 타협해 버리면서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다 들은 입장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경수를 참수하지 않고 풀어준다.
경비 (윤진영)
청 사신 (안성봉)
소현세자와 함께 조선에 와서 황색 곤룡포까지 왕좌에 걸쳐놓으면서 세자에게 강제로 통역을 맡긴 후 인조에게 모욕적인 말을 쏟아낸다. 이후 소현세자에게서 그가 원래 조선말을 잘 아는데 일부러 청국말을 한 것이라고 언급된다.
시놉
천경수가 어린 아이를 업고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다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며 멈추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 침술원에서 조수로 일하는 소경 천경수는 왕실 어의인 이형익이 직접 내의원에 들어갈 의원을 스카우트하는 시험에 응시한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실내의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환자의 팔뚝에 묶어 둔 실을 통해 실외에서 진맥하는 것이었다. 다른 의원들은 남자 환자에게 태기가 있다는 둥, 오늘을 넘기기 어렵겠다는 둥, 자신이 쓰던 실이 아니라 어렵다는 둥 엉터리 진료만 하여 이형익의 한숨만 자아냈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천경수가 보이지 않는 시각 대신 고도로 발달한 청각을 이용하여 불규칙적인 발소리, 가쁜 숨소리를 통해 풍 환자임을 단박에 알아내고, 더욱이 처음부터 실로 진맥을 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는 소신 발언까지 한다. 이어 제대로 침을 놓아 풍 환자의 발에 감각을 되살리기까지 하자, 이에 흡족한 이형익은 바로 천경수를 발탁한다.
당시 천경수에겐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남동생 천경재가 있었고 정기적으로 약을 먹여야 하지만, 이미 약사에게 수없이 약값이 밀려있었는데도 다시 구걸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마을 사람 중에도 천경수에게 동정을 베풀기는커녕 그가 맹인이란 점을 이용해 정육점에서 고기를 제값보다 덜 주는 등 사기나 치는 인간들이 있었다. 다음 날 천경수는 의원이 되어 동생을 위해 돈을 벌어 오겠다는 다짐으로 집을 떠난다. 궁에 들어온 천경수는 선배 의원인 만식과 친해지며 도움을 받는다. 만식은 천경수에게 '이 곳에선 봐선 안 될 걸 봤다면 모른 척해야 하고, 부정하면 안 될 화제에선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생존법을 알려준다. 한편, 실수로 밖에 떨어져 굴러다니던 독약병을 천경수가 주웠다가 다른 선배 의원에게 혼나는데, 경수가 만식에게 왜 이곳에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 있는 거냐고 묻자 만식은 사약을 어디서 만들겠냐며 간접적으로 대답한다. 밤샘 당직을 서던 날, 만식이 등불을 모두 끄고 나가자 천경수는 갑자기 눈에 초점이 선명하게 맺히더니 마치 앞이 보이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활보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그는 전맹이 아니라 밝은 곳이나 낮에만 맹인이고 어두운 곳이나 밤에는 앞이 살짝 보이는 주맹증 환자다. 그 덕에 천경수는 혼자 시간에 동생 천경재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었고선배 의원이 그를 곯리고자 맹인이 절대 할 수 없는 약재 분류를 맡겨도 밤 시간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숨기고 있어 다른 이들은 모두 그가 완전 맹인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만식은 천경수에게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패하여 볼모로 잡혀 간 소현세자와 강빈이 8년 만에 조선 땅으로 귀국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뒤이어 경수는 이형익의 추천으로 소용 조씨의 방에 찾아가 침술을 집도한다. 소경이어도 손길이 닿는걸 개의치않는지 상의를 모두 탈의하고 침을 놓으라 하는데 그 사실 불이 꺼져 천봉사는 앞이 보이는 상태다. 그냥 여자여도 놀랄텐데 상대는 왕의 애첩인 내명부 후궁이니 굉장히 긴장하며 침 놓길 주저한다. 소용 조씨가 직접 손을 가져다 대고서야 침을 놓는다. 이후 천경수는 궐 내에서 밤길을 걷다가 소변을 지린 바지를 서투른 솜씨로 말리고 있던 원손과 마주치고, 그를 찾아다니던 궁녀 무리에게 소경이라 보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원손을 숨겨준다. 그들이 떠난 후 원손이 경수에게 한 번도 부모의 얼굴을 본 적 없는 거냐고 묻자 천경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서로 동질감을 느낀다.
한편 소현세자가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청 사신단과 함께 궁궐에 거의 당도했지만, 인조는 맞이할 생각이 없는 듯 아프다는 핑계로 방에서 칩거한다. 들떠있던 원손도 궐내 분위기가 아버지를 환영하지 않는 듯 썰렁한지라 크게 당황한다. 이에 최 대감이 여러 대신들과 함께 인조의 처소로 찾아가, 8년 만에 귀국한 아들 얼굴도 못 볼 정도로 편찮으시다면 영상인 자신이 직접 찾아뵈어야겠다며 강하게 나왔고, 소용 조씨가 어명이니 왕족의 침소에 한 발짝도 더 들이지 말라며 엄포를 놓지만, 대신들은 단체 사직을 언급하며 그 자리에서 의관까지 벗는 등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인조는 최 대감을 인견한 후 밖으로 나와 소현세자를 맞이하는데, 막상 마주치자 그래도 고생 많았다고 다독여 줬고, 원손 역시 꿈에 그리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눈물의 상봉을 한다. 뒤이어 나타난 청나라 사신이 청나라 황제의 칙서를 읽는데, 소현세자에게 자신의 말을 통역하라고 명령한다. 소현세자는 인조가 무릎 꿇고 계시는데 감히 자신이 일어서서 통역할수 없다 맞서지만, 청나라 사신은 칙서를 안 받겠다는 말로 받아들이겠다며 황제에게 보고하겠다고 강하게 나오자 소현세자는 어쩔수없이 통역을 자임한다. 이어 소현세자가 통역한 황제의 칙서 내용은 "너를 폐위시킬 수도 있는데 네 아들 봐서 특별히 봐준 거다. 나는 여차하면 네 아들을 왕으로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 대감은 소현세자를 따로 만나 '쇠약해진 조선으로서는 청을 통해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게 살 길이며, 이 나라는 바뀌지 못한다면 죽게 될 테니 세자께서 바꿔 달라'고 말한다. 세자는 '정치는 어디까지나 부왕께서 하시는 것' 이라며 선을 그으면서 '자기더러 아버지를 끌어내리고 옥좌에 앉으라는 거냐'고 불쾌하게 받아들였지만, 최 대감은 여유로운 말투로 '언제라도 그럴수 있게끔 준비를 하라는 의미'라고 둘러댄다. 이후 소현세자는 인조와의 독대에서 '조선이 바뀌지 못한다면 죽게 될 것이니 청을 벗으로 삼아 신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설득을 시도하지만 인조는 남한산성 때의 굴욕 때문에 청나라 하면 질색을 하는 터라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옷을 입고 있는지 모르느냐?'며 역정을 내고 명나라를 끝까지 섬겨야 정통성이 바로 선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등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침이 잦아들지 않는 세자를 걱정하는 듯, 믿을 만한 어의를 곁에 두고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천경수가 밤샘 당직을 서던 날, 소현세자의 상궁이 찾아와 급히 세자에게 시술을 하라며 부른다. 혼자 찾아간 천경수는 정확한 친단과 침술실력을 발휘해 세자의 증상을 바로 완화시켰고 이를 계기로 세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해진다. 그런데 순간 촛불이 꺼져 방이 암실이 되고 천경수도 앞이 보이게 되었는데, 소현세자는 앞서 자신이 별 생각 없이 침통을 책상 위로 옮겨놨던 걸 경수가 침통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는 것처럼 바뀐 위치로 바로 손을 옮기는걸 보고서는, 그가 앞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늘 숨겨야 한다는 것에 익숙했던 경수는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자 이에 실망하여 이만 가라고 쌀쌀맞게 대하지만 경수가 놓고 간 동생에게 쓴 편지를 보고서는 마음이 바뀌어 다시 그를 불러 맹인이 어떻게 편지를 쓰냐고 추궁을 하자 경수는 그제야 자신이 주맹증이란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맹인도 앞을 볼수있는걸 아니꼽게 여기며, 자기네 같은 이들은 보고도 못본 척해야 이로우며, 이렇게 보신주의적으로 살아왔기에 궁에도 들어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소현세자는 이러한 천경수의 태도에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고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지." 라고 담담하게 대답하고, 자신의 아들 원손이 네 남동생뻘이라고 하고서는, 청에서 가져온 확대경(돋보기)을 경수에게 선물하고 그의 동생을 위한 귀한 약재 등의 선물도 내리며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친근함을 표현하고, 강빈 역시 경수 덕에 세자가 많이 나아졌다며 신뢰를 보인다.
천경수는 또다시 소용 조씨에게 시술하려고 찾아갔다가, 이형익이 소용 조씨에게 왕이 하사한거라며 비단에 싸인 무언가를 받는 걸 목격한다. 이후 또다시 늦은 밤에 소현세자의 상태가 안 좋다며 시술 부탁을 받는데 이번에는 이형익이 있었기에 둘이서 소현세자를 찾아간다. 이형익은 침술은 본인이 하겠으니 경수에겐 옆에서 소현세자의 열을 식히게 명주천에 물을 적셔 전달해달라 지시한다. 그러던 중 경수는 명주천의 냄새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그 순간 또다시 촛불이 꺼져 방이 암실이 되며 경수의 눈이 보이게 되는데... 소현세자가 눈, 코, 귀, 입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고 있고, 천을 만진 자신의 손도 피투성이이며, 이형익의 침들은 모두 독약이 든 통에 담겨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충격에 빠진다. 그 때 이형익은 천경수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를 채고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진짜 맹인인지 확인하려는 듯 갑자기 침으로 천경수의 눈을 찌를 듯이 가까이 갖다 대어 버린다. 다행히 천경수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기지를 발휘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행동하면서 위기를 넘어간다. 이후 이형익은 천경수와 함께 소현세자의 침소를 나온 뒤, 세자의 상궁에겐 상태가 호전되어 이제 막 잠에 드셨으니 탕제는 아침에 들이라고 말하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게 막는다.
돌아온 후 천경수는 너무도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직후라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자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못견뎌 해독제를 들고 창문을 통해 소현세자의 침소에 들어가지만 그는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한편 이형익은 피 묻은 수건을 불에 태우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쓴 독침도 처분하려고 했으나, 침이 하나 모자란다는 걸 깨닫는다. 세자의 정수리에 놨던 침을 미처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같은 시각 천경수가 그 침을 발견해 수거했는데, 당황한 이형익이 뒤늦게 세자의 상태를 살피겠다는 핑계로 침소로 들어오는 바람에 경수는 급히 창문을 통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구의 경첩에 허벅지를 깊게 긁혀 상처를 입고 만다. 천경수의 탈출과 이형익의 대응이 일대 소란을 불러오면서 별감이 소현세자의 죽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범인인 이형익은 추궁을 피하기 위해 창문으로 나간 사람이 있었고 그놈이 독살범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범인의 의도대로라면 밤중 병사(病死)로 조용히 처리됐어야 할 사안이 독살범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크게 번지게 되었고, 세자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인조는 크게 슬퍼하며 독살범을 찾아 사지를 찢어 죽이겠다고 선언한 뒤 창문가 가구 경첩의 핏자국을 토대로 궐 내에 몸에 막 큰 상처가 난 자를 찾게한다. 천경수는 '이형익이 범인이다' 라는 내용의 투서를 그의 독침과 함께 봉하여 강빈의 침소에 몰래 남기고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강빈에게 들키고 말았고 강빈이 사람을 부르려고 했으나, 천경수가 꺼낸 확대경을 보고는 그가 소현세자와 친했던 인물임을 깨달아 그의 말을 믿기로 한다. 강빈은 자신이 인조에게 고할테니 그동안 누구에게도 잡히지 말라고 천경수에게 신신당부한다.
인조는 구안와사 증세가 왔고 이형익과 소용 조씨가 있는 앞에서 천경수에게 침을 맞는다. 강빈의 친정이 주상의 보양을 위해 보낸 전복죽을 가져왔지만 아들이 죽었는데 입맛이 있겠느냐며 먹지 않는다. 이 때 강빈이 찾아와 투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이 바늘이 이형익이 미처 회수하지 못한 독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인조는 이형익을 "칠칠치 못한 놈"이라고 까고서 강빈에게 그 투서를 보낸 목격자가 누구인지 캐묻는다. 그 순간, 천경수는 강빈이 진범을 알고 있다 밝힌 이래 인조의 몸이 이상하리만치 떨리는 것을 감지하고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당황하다가 이형익이 세자에게 침을 놓을 때 자신이 함께 있었고 그는 범인이 아니라며 두둔하는 것으로 강빈의 입을 막는다. 결정적 증언을 해야 할 천경수가 오히려 반대의 행동을 하자 강빈은 당황하고, 어서 목격자가 누군지 말하라고 다그치는 인조를 쳐다보던 강빈은 뒤 쪽에서 고개를 젓는 천경수의 신호를 접하고선 비로소 전말을 깨닫고 "어찌..."라고 읊조리며 온 몸을 떤다. 그러자 인조는 전복죽에 직접 독약을 타 기미상궁에게 강제로 먹여 죽이고, 강빈이 왕이자 시아비를 죽이려고 했다고 거짓 누명을 씌워 끌고 가게 한다. 인조는 세자빈이 목격자를 대답하려 할 때 천경수가 이형익을 두둔하는 것이 그의 진심이라 생각했고 소경이니 듣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모를거라 여겼다.
인조와 소용 조씨가 이형익에게 일 하나 똑바로 못하냐면서 다그친다. 즉, 이형익에게 소현세자 암살을 지시한 사람은 인조 본인이었다. 강빈에게 목격자 이름을 들으려고 했던 건 목격자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이어 인조는 이형익에게 암살 지시 편지는 제대로 태웠냐고, 혹시 몰래 남겨둬서 훗날을 위한 보험으로 사용하려는 거 아니냐고 묻고 이형익은 당연히 태웠다고 대답한다. 인조는 배신하면 너와 네 가족을 모두 죽여버릴 것이라며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인다. 결국 강빈은 옥에 갇히고 그 수하 궁녀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진실을 토해내라며 고문을 받는다. 이 궁녀 사이에 만식이 흠모하던 상궁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한편 원손은 몰래 강빈을 만나러 와 할바마마(인조)에게 부탁하겠다고 하지만 강빈은 이를 말리며 더더욱 주상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최 대감에게 '소경'이 다 보았다고 말하면 알 거라며 도움을 청하라고 말한다. 한편 이형익은 사실 인조에게 받은 암살 지시 편지를 태우지 않았고 방에 황급히 숨겨버린다.
한편 만식은 우연히 천경수가 지팡이도 없이 뛰어다니고 내의원에서도 서랍의 약을 척척 꺼내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의 허벅지 안쪽의 상처도 확인하면서 그를 독살범으로 오인했으나, 강빈의 말을 듣고 천경수를 찾아온 원손 덕에 오해가 풀린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원손에게 천경수는 자신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 죽을 목숨이라고 더 이상 나서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만식 역시 왕이 범인이면 이길 방도가 없지 않냐며 절망한다. 하지만 경수는 이전에 이형익이 소용 조씨에게 비단을 받던 모습을 본 걸 기억해내고 그게 인조가 이형익에게 보낸 암살 지시 편지란 걸 파악해 그 편지를 확보한다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수와 만식은 이형익 방에서 인조의 암살 지시 편지를 찾아내 최 대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최 대감은 인조의 필체가 아니라서 증좌(증거)로 못 쓴다고 난색을 표한다. 그 때 원손이 이건 인조가 왼손으로 쓴 글씨체 라는걸 알아내지만, 최 대감은 설령 인조의 왼손 필기체가 맞다고 해도 인조가 쓴 공식 문서는 모두 오른손 필기체이기 때문에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천경수는 꾀를 내어 자신이 인조에게 다시 침을 놓으러 가서 일부러 오른손을 마비시킬 테니 왼손으로 쓴 공식 문서를 확보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최 대감은 그 엄청난 계획에 놀라면서도 달리 수가 없었던지 받아들여, 인조의 왼손 문서를 전해 받는 즉시 사병을 궁궐 안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한다.
천경수는 왕의 침소를 찾아가 서둘러 침을 놓지 않으면 전신마비가 올 위험이 있다, 어의 이형익이 보냈다고 거짓말을 하여 왕에게 침을 놓는다. 한편, 이형익은 소현세자 궁 창문 바깥의 발자국을 주시하게 되고, 발자국 옆에 지팡이로 찍은 듯한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는 목격자가 천경수임을 깨닫는다. 최 대감은 계획대로 우승지를 보내 인조에게 문서를 쓰게 유도하고 인조가 붓을 드는 순간 경수가 침으로 오른손을 마비시킨다. 인조는 오른손에 붓이 쥐어지지 않자 짜증스러워하며 그냥 안 쓰겠다고도 했지만, 우승지의 계속되는 문서 집필 요구에 스스로 쓰겠다고 한 말도 있어 무르지도 못해 결국 왼손으로 꾸역꾸역 문서를 쓰고는 옥새를 찍으려 한다. 그런데 그때 이형익이 궁궐로 들이닥치고 천경수가 범인이라고 말한다. 인조는 천경수의 허벅지에 난 상처까지 발견하고는 최 대감이 시켰냐며 문서를 구기려고 하는데, 그 순간 천경수는 대담하게도 인조의 모든 신경이 마비되는 혈에 침을 놓아 인조가 못 움직이도록 만들고, 왕을 인질 삼아 모든 사람들을 무르도록 시켜 틈을 만든 뒤 문서에 직접 옥새를 찍고 이를 챙겨 달아난다.
경비가 심해 도저히 달아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숨어있던 천경수는 자신을 발견한 별감 한 명과 싸워 접전 끝에 기절시키고 별감 옷으로 변장을 해 무사히 경비를 뚫고 최 대감에게 문서를 전달한다. 최 대감은 옥새가 찍힌 제문의 필체와 이형익에게 보낸 밀서의 필체가 서로 일치함을 확인한 후 만족스러워하고, 문지기 별감에게 보여주면 궁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패(牌)를 경수에게 준다. 그렇게 천경수는 그대로 궁궐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문지기들의 대화에서 '원손이 아파 이형익이 치료하러 갔다'는 말에 불길한 느낌이 들어 다시 궁궐 안으로 들어간다. 원손의 침소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형익은 침술로 원손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분노한 천경수는 이형익에게 달려들어 접전 끝에 그가 사용하던 독침을 그의 얼굴에 찔러 쓰러트리고 정신을 잃은 원손을 등에 업고서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영화 도입부의 장면과 겹쳐지며 천경수는 원손을 치료할 곳을 찾아다니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 해가 떠오르며 세상이 찬란한 빛으로 뒤덮이는 바람에 다시 앞을 볼 수 없게 되고 만다.
천경수는 원손을 업은 채 정처 없이 떠돌며 최 대감을 찾다가 옥좌가 있는 인정전에 당도하는데, 그곳에는 인조가 있었다. 인조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좌로 이용될 수 있는 제문을 내놓으라며 끝까지 천경수에게 '누가 시킨 짓이냐, 최 대감이 네놈을 꼬드겨 자신을 죽인 후 원손을 보위에 세우는 대가로 너에겐 어의 자리를 약속했느냐'며 옥좌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다. 그 때 최 대감이 들이닥치고 두 사람은 정신을 잃은 원손과 주저앉은 경수를 내버려둔 채 대화를 나누는데, 인조가 '감히 자신을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거냐'고 쏘아붙이지만, 최 대감은 '당신을 용상에 앉혀준 게 나이니 반대로 끌어내릴 수도 있는 거고,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라는 사실에 유생들이 왕으로 모실 수 있을 거 같으냐'라고 신랄하게 인조를 깐다. 그러자 급격히 초조해진 인조는 '청이 우릴 싹 다 죽이고 오랑캐 왕을 세울 수도 있는데 이럴수록 우리가 힘을 합쳐서 한다'며, '아픈 내가 버티면 앞으로 몇년을 더 버티겠냐, 어차피 내가 가고 나면 당신네 세상 아니냐'며 자신이 옥좌를 계속 지킬 수 있게 해 달라고 사정하지만, 최 대감은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뀔지 누가 아느냐며 받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세자를 소용 조씨의 자식으로 세우지 않고 대군 중에 세운다는 타협안이 둘 사이에 만들어지면서 최 대감은 인조의 패륜을 눈감아 버렸고, 원손은 소현세자의 복수를 할지 모르니 손을 쓰기로 결론을 내린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인조는 그 모든 내용을 듣고서 절망에 빠진 천경수에게 '앞으로 눈을 감고 조용히 살아가라'고 말한다.
밖에 모인 궁녀와 경비, 내시 등 사람들 앞에서 최 대감이 먼저 "독살자는 없다!" 고 선언하고, 이후 인조가 정전의 중앙에 서서 "소현세자는 학질로 병사했다"고 일축해 버린다. 끝내 세자의 원통함을 밝히지 못한 천경수는 얼이 나간 채로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제가 보았습니다.... 제가 세자 저하께서 독살당하는 걸 봤습니다. 주상이 이형익을 시켜 세자 저하를 독살했고, 그 증좌를 최 대감이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버지가 아들을 죽일 수 있습니까?
이에 화가 난 인조가 검을 빼들고 경비에게 저 소경이 자신을 능멸한다며 죽이라고 발악하지만 경수는 "제가 보았습니다" 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다 인조는 혼자 넘어져 이마에 피가 흐르기까지 하는데, 사람들은 인조를 싸늘하게 쳐다만 본다. 이미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대략 파악한 상태였고, 인조의 패륜에 질려 버렸는지 왕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져 아무도 어명을 듣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후 강빈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여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사약을 받아 죽고 일족은 멸문지화를 당했으며, 원손 석철 또한 제주도로 유배되어 쓸쓸히 죽었다는 자막이 뜬다. 한편, 천경수 역시 다른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참수될 상황이었는데, 일을 맡은 내금위가 목을 치려다 칼을 내리더니 내금위장에게 '우리 모두 보지 않았습니까'라고 하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무인도 말 없이 고개를 떨궜고, 결국 합심하여 몰래 천경수를 살려 준다.
4년 후, 천경수는 마을에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한 침술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동생 천경재도 건강한 모습으로 형의 일을 도와준다. 반면 궁궐의 인조는 아무도 없는 대전에서 계속 '저 놈이 날 죽이려고 한다'는 혼잣말을 할 정도의 정신병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천경수는 인조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궁에 불려가게 됐는데, 인조는 죽을 병에 걸렸음에도 경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보고 '이놈이 날 죽이려고 한다!'라고 외치지만,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난리를 치던 인조의 말이었기에 내시들은 '또 시작이네'라고 중얼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병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인조는 그렇게 천경수의 침을 그대로 받았고 천경수가 "무엇이 보이십니까?"라 묻자 인조는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시야가 어두워진다. 인조의 사망이 알려지고 내시가 천경수에게 사인을 묻자, 4년전 인조가 소현세자를 암살하고 학질이라고 덮었던 것과 똑같이 학질이라 대답한다. 굳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궁을 걸어나서는 천경수의 얼굴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평가
11월 16일 경에 사전 시사회가 진행되었는데 시사회 후기는 대체로 괜찮은 영화 내지 좋은 영화라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정식 개봉 이후로도 대부분의 평점 사이트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2022년 하반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 관객 평가가 가장 좋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스릴러적인 요소를 내포한 사극임에도 분위기가 마냥 무겁지 않게 흘러가는 데다, 전체적으로 몰입감을 끌어내는 전개가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극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류준열, 유해진 두 주연 배우가 각자 처음으로 맡아 보는 역할임에도 상당히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작품의 주제는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야만 하는가'로 집약된다. 작품 내에서는 이를 인물의 입을 통해 다소 직설적으로 들릴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후반부에 도달하면 밝은 곳에서 보지 못하는 경수가 본 것을 사람들이 믿고, 조선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왕 인조가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믿지 않으며 주제에 대한 답과 함께 대조와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작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작품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하는 분기점인 '소현세자의 사망'은 극 중반부부터 나타난다. 이전까지의 상영 시간은 관객에게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이해시키고, 천경수가 궁궐에서 적응해가는 달포 가량의 생활상을 보여주어 개연성을 보강하기 위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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