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너를 닮은 사람] _ 진정한 복수는 용서하지 않는 것
방영일자 : 2021.10.13. ~ 2021.12.02. 16부작
방영시간 : 수, 목 오후 10시 30분
연출 : 임현욱
극본 : 유보라
제작 : SLL, 셀트리온엔터테이먼트
출연 : 고현정, 신현빈, 김재영, 최원영 외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
인물관계도
등장인물
정희주 고현정성공한 화가이자 에세이 작가. 태림병원/학교법인 일가의 며느리
희주에게 가장 좋은 시절은 늘, 바로 ‘지금’이다.
희주는 ‘지금 놓치기 쉬운 행복’을 그리는 화가이다.
언뜻 서툴러 보이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물과 일상을 그린다. 그녀의 작품에 위로를 느낀 팬들이 늘면서
에세이까지 출판한 인기 작가. 과거의 것들과 결별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왔다고, 희주는 생각한다.
가난했던 청춘은 끔찍했다.
그러기에 젊음이 부럽지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태림병원에서 현성을 만났다.
결혼 후 행복하고 여유있는 삶이 시작됐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가난마저도 빛나는 장식품으로 보이게 만드는
한 '여자'를 만나며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구해원 신현빈태림여중 기간제 미술교사
보풀이 잔뜩 인 낡은 녹색 코트를 세 계절 내내 입는 여자.
희주 딸아이의 중학교 기간제 미술교사로 별명은 ‘미미(미친 미술 교사)’다.
해원의 과거는 가난했지만 불행하지 않았다.
어디서나 당당했고 품이 넓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희주와의 만남은 큰 생채기를 남겼다.
치열함 조차 빛났던 젊음은 빛을 잃었고,
해원은 작가의 길 대신 계약직 미술교사로 전전한다.
대충 먹고 대충 자다보니 몸도 망가져갔다.
수업을 하면 쉬이 지쳐 이제는 미술에 대한 관심도 잃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해원의 눈길을 잡아끄는 그림이 있었다.
해원은 그 그림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을 발견한다.
정희주. 희주의 이름을 되뇌는 순간,
해원은 오래전 느꼈던 날카로운 통증을 또다시 느낀다.
잊었다고 생각한 것은 해원의 오만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곪아터지는 상처도 있다.
서우재 김재영해원의 미대 선배. 조각가
천재 조각가였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조소과에 진학했지만
재능보다는 외모가 이슈였다.
늘 무언가 결핍되어 있는 모습에 매력을 느낀 여학생들이 많이 따랐다.
자유로운 영혼은 행색일 뿐, 극도로 외로운 사람.
아버지와 같은 재능이 없어 늘 불안하고
그 불안을 숨기려 더 거칠게 행동했고,
세상의 불행을 저 혼자 짊어진 것처럼 음울한 기운을 풍겼다.
낡고 더럽고 아픈 것들을 어루만지는 해원의 그림을 우재는 사랑했다.
안현성 최원영희주의 남편. 태림학원 법인의 대표이사
태림여중에 이어 곧 예고로 전환될 태림여고가 소속된
태림학원 법인의 대표이사.
온화한 성품, 누구에게나 상냥한 말투의 ‘좋은’ 사람이다.
집안의 후광으로 능력에 비해 많은 것을 얻었기에
현재에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의 자리 역시 현성의 능력이 아닌
집안의 후광으로 어머니가 만들어준 것이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고 제 손으로 성취한 것이 희주와의 결혼이었다.
쓸데없는 분노나 체념 대신 ‘지금’을 버텨내는 희주의 강인함이 좋았다.
항상 지금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희주를 보며 현성도 함께 성장했다.
물론 그들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겪어내고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
현성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가정.
그러니 현성은 이 가정을 어떻게든 지켜낼 생각이다.
그 외의 인물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라고 하지만,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송두리째 달라지는 것 또한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이 드라마는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로 인해 벌이지는 치정과 배신, 타락 그리고 복수.
이 드라마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복수가 끝난 후에도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자 합니다.
남겨진 생의 목표와도 같았던 복수가 끝난 후의 허탈함에 대해.
상대를 무너트렸다 한들 지난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허망함을 알기에 용서라는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용서란, 복수의 대상에게도 이제는 괜찮다는 위안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복수는 끝내 용서하지 않는 것.
용서받을 기회를 주지 않고 과거의 기억을 끝없이 상기시키는 것.
나만큼 너도 아프길, 나와 함께 지옥에서 살아가길.
이 지난한 복수의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복되기도 합니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없는, 서로에게 받은 상처와 고통을 경쟁하며 모두가 불행해지는 비통한 결말.
지옥 같은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의 성나고 쓸쓸한 마음을 무엇으로 보듬을 수 있을까.
삶을 재건하는 방법은 결국 상대를 향한 집착이 아닌, 나를 되찾는 것.
아직 남아있는, 사랑해야 할 아름다운 것들에 눈을 돌리는 것.
이미 생긴 상처는 없앨 수 없고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빌어먹을 이 세상을, 보란 듯이 끈질기게 살아내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에 해피엔딩은 없습니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치정과 배신, 타락과 복수
정희주는 남편 집안 병원인 태림병원 소속 간호조무사였으며,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한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사랑해주는 남편과의 사이에 딸을 두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남편의 사업이 점점 바빠지고 딸이 유학을 떠나자 무료하게 남은 시간들을 채우기 위해 애쓴다.
해원과의 첫 만남은 독어 클래스에서부터였다. 가난을 두르고도 찬란하게 밝은 해원에게 점점 끌리기 시작한다. 묘하게 예전의 자신을 닮은 것도, 완벽히 다른 것도 같아서. 해원이 미술학도란 걸 알게된 후 그녀에게 미술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희주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해원의 할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시골로 내려가게 되자 그녀는 우재에게 희주의 수업을 맡긴다. 우재도, 희주도 처음에는 데면데면하게 서로를 바라봤으나 이내 격정적인 끌림에 사로잡히고 만다. 희주는 우재에게 계속 끌리면서도 자신에게 지켜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애써 밀어내며, 희주는 영국에 유학간 리사를 보러 간단 명목으로 떠나 아일랜드에서 미술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즈음 우재는 아일랜드까지 희주를 보러 찾아왔다. 희주와 우재가 그녀의 작고 낡은 집에서 함께하는 동안 아들 '호수'가 생겼다. 그즈음 희주는 점점 그의 관심과 집착에 지쳐가기 시작했고, 다툼 끝에 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세 사람의 여권을 함께 챙겨 떠난다. 그후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우재가 사고로 누워있는 몇 년간 그 시절의 비밀을 숨긴 채 화가로 승승장구한다. 전시회를 열고, 에세이집을 발간하는 인기 화가로. 예전의 자신보다 지킬게 많아졌고, 때마침 해원이 찾아왔다.
점점 옛 시절의 비밀에 가까워지는 해원과의 마찰이 불쾌하고 불안했다. 기억을 잃은 우재까지 돌아오자 심신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기억 하나 못하는 우재가 어쩔 수 없는 끌림에 이끌려 다가오는 것을 밀어내려 애쓰지만 옛 감정이 자꾸 고개를 들이밀자 갈팡질팡한다. 희주의 남편인 현성이 우재와의 관계를 알고 있었으며 그의 사고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모른 척해야 할 지 더 파고들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해원과 우재의 결혼식에서 우재와 충동적인 키스를 나눈 후 친구 동미의 낚시터로 향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한다.
최후에는 리사가 우재를 죽였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우재와 야반도주를 한 것으로 꾸민 뒤 시골로 내려간다. 부도 명예도 모두 잃고 과거처럼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끝이난다.
정희주와 서우재에게 배신당한 해원은 복수를 위해 친밀한 계획을 세운다. 리사 반 친구의 핸드폰 영상 속에서 정희주의 딸 안리사를 책으로 때리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첫 등장 한다. 이 일로 리사는 고막이 터져 전치 3개월 판정을 받는다. 결국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희주가 왜 리사를 때렸냐고 묻자 "체벌이었어요. 폭행이 아니라 체벌이었다구요." 라고 말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화난 정희주에게 똑같이 책으로 맞는다. 1화 내내 희주의 주변을 맴돌며 신경 쓰이게 하고 후반부엔 희주의 집에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하는 척 하다가 이 모든 일이 자신이 의도한 것임을 알아차리게 만든다.
우재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그런 서우재와 강제로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결국 우재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희주에게 돌아간다. 결국 희주와 우재의 몰락을 뒤로하고 화가로서 다시 출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가난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밝게 살아가던 사람이었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정희주, 서우재)에게 배신 당해 처절하게 망가진 인물이다.
자신을 배신한 정희주에게 중반까지는 원망과 동시에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희주의 변하지 않는 태도를 보며 희주를 용서할 마음을 버리고 더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본인 또한 내 속의 무언가가 망가져 버린 것 같다고 독백할 정도)
그래도 점점 주변 인물들 (윤상호, 엄마, 정선우)의 위로와 조언으로 과거의 악연 속에서 벗어나고 새로 출발할 용기를 얻게 된다.
평가
고현정의 괴력적인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신현빈의 새로운 연기변신도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고, 고현정의 압도적인 연기력에도 밀리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의 연기력과는 달리 드라마 스토리와 플롯 자체가 소설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하는 연기력은 두 여인과 얽히고 설킨 스토리를 풀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초반 느린 전개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진 못했으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휘몰아치는 전개 및 심오하면서도 탄탄한 연출이 호평을 받았고 엔딩이 상당히 여운이 남는다는 평가가 많다.